[연예의 법칙] ‘존폐논란’ 음악방송…미국과 일본은 어떨까

입력 2016-06-03 0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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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릭 라마, ⓒGettyimages/이매진스

켄드릭 라마, ⓒGettyimages/이매진스

KBS2 '뮤직뱅크'가 1위 순위 뒤바뀌는 사상 초유의 사고를 일으키면서 음악순위방송은 존폐론에 시달리고 있다.

먼저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현재 음악순위방송들은 1~2%를 오가는 낮은 시청률로 존재 의미가 희박하고, 아이돌 그룹에만 편중되고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출연진, 그로인한 방송사와 기획사간의 유착관계와 시장 왜곡 등 존재 가치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음악방송의 존립을 지지하는 쪽은 많은 가수 지망생들과 중소 기획사에게 있어 음악방송은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홍보채널이며, 방송 후 각 가수별로 편집된 영상이 온라인상으로 업로드되기 때문에 이를 통한 시청이 많아 시청률만으로는 평가하기 힘들고, 또 이렇게 업로드 된 영상은 해외의 K팝 팬들에게 한류 가수들의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현재 가요계 상황을 놓고 볼 때 무작정 음악방송을 폐지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현재 음악방송의 문제점들을 덮어두고 가자는 것 역시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최선의 방법은 역시 음악방송을 유지하되 문제점을 개선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민해야할 것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이다. 어떤게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세계 1, 2위 음악시장인 미국이나 일본의 음악방송 시스템은 참고해 볼 만하다.

먼저 미국의 경우 방송사가 음악방송을 제작하는 게 아니라 MTV나 MUCH MUSIC처럼 별도의 음악 전문 채널로 운영되고 있어 국내의 음악방송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 다만 유명 토크쇼의 경우 유명 가수를 게스트로 초대해 라이브 무대를 펼치기도 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점은 전문 음악프로그램이 아니라 토크쇼임에도 양질의 라이브를 진행할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NBC의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펄론 (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에서 보여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언타이틀드2(Untitle2)'의 무대는 콘서트 못지않은 명품무대로 꼽히고 있다.



또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TV쇼에서도 랩, 락, 블루스, 재즈, 댄스,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출연해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음악방송'임에도 시간상, 공간상의 이유 때문에 밴드 라이브는 불가능한 한국의 상황과 사뭇 비교된다.

실제 음악방송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한 밴드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일단 라이브가 안된다는 것이 밴드들이 음악방송을 출연하지 않는 주요 이유 중에 하나이다. 밴드마다 생각하는 건 다르겠지만, 음악방송에 출연하려면 밴드로서 포기하고 양보해야하는 부분이 있다. 막말로 밴드도 하나의 팀인데 MR을 틀어놓고 진행하려면 보컬만 나가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미국이나 유럽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라이브도 가능한 무대가 있다면 밴드들도 더욱 많이 TV에 출연하려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너무 먼 나라 이야기라면 일본의 시스템은 좀 더 우리나라와 닮아있다. 아사히TV의 '뮤직스테이션'이나 TBS '카운트다운TV'처럼 각 방송사에서 음악순위방송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음악방송도 그 내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중 '카운트다운TV'의 경우 가수가 직접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카운트다운TV'는 한 주간의 순위와 신곡들, 각종 라이브 정보 등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가수가 직접 노래를 부르지 않고 뮤직비디오 등이 방송된다.

그나마 국내 음악방송과 유사한 방송이 아사히TV의 '뮤직스테이션'으로 볼 수 있으나, 이 역시 세부적으로는 국내 방송과 차이가 있다. 먼저 '뮤직스테이션'의 경우 방송 출연진이 5~7팀 정도로 한정된다. 또 출연진은 MC 타모리와 함께 방송이 시작 될 때부터 스튜디오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무대에 올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55분 남짓한 방송 시간에도 모든 출연진마다 충분한 런닝타임을 보장받을 수 있고, 출연진이 반복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

90분이라는 시간에도 20팀에 가까운 출연진이 2분 내외의 런닝타임에 맞춰 쫓기듯이 내려가고, 매주 엇비슷한 라인업이 반복되는 국내 음악방송과는 상황이 다르다.

또 본질적으로 일본의 음악방송은 스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스타 발굴을 위한 것이다.

10~20대 시절을 일본에 보낸 있는 김 모씨(33·남)는 한국과 일본의 음악방송의 차이에 대해 "일본에서 음악방송은 일단 신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인기 가수와 아이돌도 출연을 하지만, 이는 그저 팬서비스 차원이라 할 수 있다. 음악방송이라고 하면 신인급 가수들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 나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라며 "'뮤직스테이션'의 출연진을 살펴보면 그즈음 인기있는 신인 가수들이 꼭 2~3팀은 포함돼 있으며 방송에서도 이들에 대해 이래저래 소개를 해주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일본의 스타급 가수들은 어떻게 팬들을 만나는 걸까. 답은 라이브 공연이다. 양국의 상황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일본은 장르를 불문하고 프로 가수라면 정기적으로 라이브를 펼치는게 당연시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일본 최고 인기 아이돌 AKB48로,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데뷔 이후 지금까지도 전용 극장에서 꾸준히 공연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AKB48은 7월 21일부터 9월 4일까지 오사카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선발 멤버가 매일 공연을 펼치고 팬들과 만나겠다고 2일 발표하기도 했다.

김 씨는 "AKB48이 좀 더 유난스러운 면이 있지만 일본은 기본적으로 아이돌도 클럽이나 소극장, 거리 무대 등에서 고정적으로 공연을 하는 편이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TV보다는 직접 만날 수 있는 무대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AKB48, ⓒGettyimages/이매진스

AKB48, ⓒGettyimages/이매진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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