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 승부사 김태형, 장기전도 배짱야구

입력 2016-06-06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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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스포츠동아DB

단기전 승부사 김태형, 장기전도 배짱야구

4~6일, 6월 황금연휴의 정점 5일 잠실구장. 관중석을 가득 매운 두산 팬들은 민병헌과 김재호가 빠진 선발 라인업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민병헌은 팀 내에서 가장 높은 0.364의 타율에 10홈런 38타점으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두산 1위 질주의 주역이다. 주로 3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고 외야 수비는 변함 없는 리그 최정상급이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5일 잠실 SK전에서 과감히 민병헌에게 휴식을 줬다. 두산은 팀의 주전 포수이자 클린업 트리오 중 한명인 양의지가 왼쪽 발목 부상으로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해 엔트리에서 빠진 상황이다.

두산은 7할 이상 승률을 유지하고 있고 2위 NC와 승차도 꾸준히 6게임 안팎을 유지하고 1위를 독주하고 있지만 주전 포수가 엔트리에 없고 3일 근육통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뛴 더스틴 니퍼트 등 팀 전체에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지고 있다. 페넌트레이스는 한 번 좋지 않은 흐름을 만날 경우 자칫 팀 상승세가 갑자기 꺾일 수 있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이날 SK전에서 민병헌과 함께 주전 유격수 김재호에도 휴식을 주며 선발 출장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선발 투수도 좌완 장원준의 순서였지만 31일 마산 NC전에서 124구를 던진 점을 감안해 과감히 등판 날짜를 뒤로 미뤘다.

대신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상무에서 전역한 우완 안규영을 선발 등판 시켰다. 민병헌의 자리는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한 김인태에게 맡겼다. 역시 경찰야구단에서 병역을 마치고 돌아온 팀의 미래 전력으로 이날 경기가 1군 데뷔전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페넌트레이스는 길다. 부상 방지 등을 위해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불펜 투수들도 상황에 따라 휴식을 종종 무조건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3~5일 SK와 주말 3연전에서 먼저 2승을 거뒀다. 이날 SK 선발은 리그 최고 좌완 김광현이었다. 많은 감독들이 이런 흐름에서 일부 숨고르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발투수부터 불펜, 클린업트리오 중 한명과 내야 핵심 수비수까지 동시에 휴식을 준다는 것은 두둑한 배짱이 없으면 선택하기 어렵다.

지난해 김태형 감독은 데뷔 첫 시즌 준플레이오프부터 출발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오르며 새로운 단기전 승부사로 떠올랐다. 감독 2년차인 2016시즌에는 포수 출신 감독 특유의 넓은 시야를 활용하며 두둑한 배짱까지 더해 매우 영리한 장기전을 치르고 있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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