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프로에서 뛰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다. 삼성 이승엽이 7일 잠실 LG전 8회 8-2로 크게 달아나는 3점 홈런을 날렸다. KBO리그 역대 4번째 12시즌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담담한 표정으로 배트를 내려놓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KBO 역대 4번째
나이가 들어도 이승엽(40·삼성)은 이승엽이었다. 불혹의 ‘라이언킹’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홈런포로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3연패 수렁에 빠진 사자군단을 구했다.
이승엽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에서 5-2로 앞선 8회초 우월 3점홈런으로 승리를 잡아당겼다. 0-2로 계속 끌려가다 8회초 김상수의 3타점 싹쓸이 2루타 등으로 한꺼번에 5점을 뽑아내며 5-2로 전세를 뒤집은 상황. 그리고 계속된 2사 1·2루.
이승엽부터 시작된 8회초 공격에서 타자일순 후 다시 이승엽 타석이 돌아왔다. LG는 우완 임정우 대신 4번째 투수로 좌완 진해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여기서 이승엽은 1B-0S에서 2구째 가운데 약간 낮은 슬라이더(시속 132km)를 통타해 잠실구장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홈런포로 연결했다. 이 홈런포는 승부의 물꼬를 완전히 삼성 쪽으로 돌려버렸다. 8회에만 8점을 몰아치면서 최근 불안하게 버티고 있는 팀 불펜에 그나마 여유를 안겼다.
실제로 이날도 8회말 곧바로 대량실점을 해 그의 홈런이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지난 주말 홈에서 한화에 충격의 3연패를 당하며 자칫 깊은 수렁으로 빠질 뻔한 삼성은 이날 8-5로 승리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무엇보다 이날 홈런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199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그는 1997년부터 KBO리그에서만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이어가게 됐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머물렀던 일본프로야구 기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KBO리그 최다 연속시즌 두 자릿수 홈런 부문 최고 기록은 은퇴한 장종훈과 양준혁이 작성한 15년 연속이다. 뒤를 이어 역시 은퇴한 박경완이 기록한 14년 연속. 이승엽은 일본 진출 8년간의 공백 속에서도 역대 4위라는 값진 기록을 이어나가게 됐다.
내년 시즌 후 은퇴를 예고한 이승엽이지만,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삼성 타선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이날도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했다.
박석민(NC)과 야마이코 나바로(일본 지바롯데) 등이 떠나면서 타선이 헐거워진 상황에서 구자욱 등 젊은 선수들도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4번타자 최형우가 건재하지만, 아직도 이승엽이 없는 삼성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이날 경기 전 삼성 류중일 감독도 “이승엽이 치면 우리 팀 성적이 괜찮은데, 이승엽이 못 치면 경기가 잘 안 풀린다”며 여전히 그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보냈다.
이날 5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이승엽은 단 한 방으로 ‘국민타자’의 존재감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날까지 시즌 타율 0.294(211타수 62안타)에 10홈런, 44타점을 기록 중이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