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이해찬, 뉴욕회동 불발… “편하게 차 마시는 자리에 기자 배석시키려 해”

입력 2016-06-09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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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이해찬, 뉴욕회동 불발… “편하게 차 마시는 자리에 기자 배석시키려 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친노 진영의 좌장인 이해찬 무소속 의원의 뉴욕 회동이 불발됐다.

앞서 이 의원이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방미한다는 소식을 유엔한국대표부를 통해 전해 들은 반 총장이 만남을 제안, 두 사람은 8일(현지시간) 낮 12시30분께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동 당일 이 의원 측이 “면담의 성격이 변했다”며 일정을 취소하면서 둘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날 이 의원과 동행 중인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회동 결렬의 책임이 반 총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면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일정이 언론에 공개되고 (반 총장 측도) 이 의원과 면담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며 “당초 비공개로 차 한잔 하려 했던 만남의 성격이 변질돼 면담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이 의원과 함께 방미 중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편하게 차 한잔 하려 했던 것인데 (반 총장 쪽에서) 자꾸 기자들을 배석시켜 진행하려 해서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느냐’고 하다가 ‘그럴 바에야 안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후 다시 만나자는 얘기는 없었고, 그냥 안 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반 총장 측은 “(그 만남을) 좀 기대했는데 (이 의원이) 바쁘신지, 어떤 오해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불발돼서) 서운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 총장은 이어 “내가 그동안 (한국) 정치인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국회의장이나 정당 대표가 왔을 때만 잠시 뵙고 그랬다”며 “이 의원은 (나에게) 특별한 분이어서 이번에 만나 뵙으면 좋았는데, 서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할 수 없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만나뵙죠”라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또 “이 전 총리는 나와 함께 내각(노무현 정부)에서 같이 근무했고 내가 평소 깊이 존경하는 분”이라며 “내가 유엔사무총장 선거에 나갔을 때 나를 많이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 총장은 지난 2006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로부터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상당한 지원을 받았으나,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첫 방한 때 봉하마을을 방문하지 않아 친노 진영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한 반 총장 입장에선 이번 회동 결렬로 친노진영과의 관계 개선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이를 두고 야권 일각에서는 “반 총장으로선 친노 진영의 불만을 해소하는 게 정치적 숙제였을 텐데, 만약 이번 면담이 성사됐다면 이를 희석시킬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반 총장에게 유리한 이런 효과 때문에 노무현재단 측에서 만남을 기피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동아닷컴 양주연 인턴기자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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