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우승없는 신인왕’ 꼬리표 떼다

입력 2016-06-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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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오른쪽 사진 가운데)이 12일 제주 엘리시안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직후 동료들이 꽃잎을 뿌리며 박지영의 첫 우승을 축하해주고 있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박지영(왼쪽 사진). 사진제공|KLPGA

■ 에쓰오일 챔피언스 17언더파 우승

프로 데뷔 39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
2015년 신인왕 출신 무승 설움 훌훌

투어 2년차 박지영(20·CJ)은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유망주다. 그러나 그에겐 좋지 않은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면서 ‘우승이 없는 신인왕’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박지영이 드디어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됐다. 12일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엘리시안 골프장(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시즌 열세 번째 대회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4000만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7개에 보기 1개로 막아내며 6언더파 66타를 쳤다. 합계 17언더파 199타를 적어낸 박지영은 고진영(21·13언더파 203타)을 4타 차로 따돌리고 프로 첫 승을 신고했다.

프로 데뷔 39번째 대회에서 기다렸던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쉽지는 않았다. 전반 9홀까지 3타 차 선두를 달려 손쉬운 우승을 예고했다. 그러나 12번홀(파3)에서 보기를 하면서 장수연(21·롯데)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하는 위기를 맞았다. 장수연은 올해 2승을 거둔 강자다. 첫 우승을 앞두고 있는 박지영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러나 박지영은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며 더 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수연이 14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 이후 더블보기를 적어내 한숨을 돌렸다. 위기를 넘긴 박지영은 15번과 1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달아났다. 장수연은 더블보기 이후 보기를 2개나 적어내면서 공동 4위(합계 11언더파 205타)까지 내려앉았다.

박지영은 주니어 시절부터 기대주였다. 2011년과 2013년 국가상비군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팬들의 관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박결(20·NH투자증권), 작년 신인 최고 계약금을 받은 지한솔(20·호반건설)에 밀려 신인왕 후보로도 평가받지 못했다.

박지영에겐 자극제가 됐다. 그는 “우승이 없는 신인왕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또 동기들이 신인왕 후보로 계속해서 관심을 받고 있을 때도 ‘언젠가는 내 이름이 올라오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첫 우승을 앞둔 박지영은 긴장했다. 전날 밤에는 악몽(?)까지 꿨다. 박지영은 “긴장해서 그런지 첫 홀에서 티샷을 두 번이나 OB를 내는 꿈을 꿨다. 깜짝 놀라서 꿈에서 깼는데 새벽 4시였다. 그 이후 불안해서 잠도 오지 않았다”며 웃었다.

작은 변화도 우승에 도움이 됐다. 박지영은 지난해까지 검은색 뿔테 안경을 썼다. 시력이 0.1에 불과할 정도로 눈이 나빴다. 골프선수가 안경을 쓰는 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특히 비가 내릴 때는 자주 닦아야 하기에 경기에 집중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박지영은 지난 시즌을 끝내고 라섹 시술을 받았다. 그 덕분에 올해 안경을 벗었고, 시력을 1.2까지 높였다. 박지영은 “안경을 벗으니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첫 우승에 성공한 박지영은 눈물 대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울컥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기분이 더 좋았다. 그래서 자꾸 웃음이 났다”며 기뻐했다. 박지영은 올해 2승을 추가해 3승까지 달성하고 싶다고 새 목표를 밝혔다.

한편 시즌 5승 도전에 나섰던 박성현(23·넵스)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자 박지영보다 3개(3라운드 합계 19개)가 더 많은 22개의 버디를 잡아내고도 공동 4위에 만족해야 했다.

티샷의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 장기인 드라이브샷이 흔들리면서 고전했다. 첫날 2개의 OB를 냈고, 2라운드에서도 8번홀에서 우드로 친 티샷을 OB구역으로 날려 트리플보기를 했다.

제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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