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선제골…웨일스 ‘58년 恨’ 풀었다

입력 2016-06-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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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스의 가레스 베일(11번)이 12일(한국시간) 누보 스타드 드 보르도에서 벌어진 슬로바키아와의 유로2016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전반 10분 프리킥 선제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슬로바키아 상대 유로 데뷔전 승리 견인
콜먼 감독 “이 경기력으로 갈데까지 간다”
팬들은 “잉글랜드 잡자”새벽까지 열광


유럽축구 최고의 무대를 처음 밟은 웨일스가 역사적인 데뷔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웨일스는 12일(한국시간)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슬로바키아를 2-1로 꺾었다. 슬로바키아도 이 대회에 처음 출전했지만, 승자는 웨일스였다.

보르도 시내 곳곳에 빨간 물결이 가득할 정도로 수많은 웨일스인들이 자국대표팀의 유로 데뷔전을 직접 지켜보기 위해 프랑스를 찾았다. 심지어 표를 구하지 못했는데도 보르도 시에서 마련한 팬 존에 모여 오전부터 술을 마시며 즐기거나, 취소된 표를 구매하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웨일스 팬들은 1958년 스웨덴월드컵 이후 58년 만에 메이저대회에 나선 것에 대해 “너무 오래 기다린 선물”이라며 입을 모았다.

경기 전 웨일스 주전 골키퍼 웨인 헤네시(크리스털 팰리스)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국가대표 마크를 단 2번밖에 달지 못했던 대니 워드(리버풀)가 선발로 나섰다. 선발 라인업이 대형 화면에 뜨자 일찍부터 경기장 안에 모여 있던 웨일스 응원단은 우려 섞인 목소리로 과연 워드가 슬로바키아의 마렉 함식(나폴리) 등을 막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웨일스는 탄탄한 조직력을 유지하며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과 할 롭슨 카누(레딩)의 연속골로 짜릿한 승리를 신고했다.



경기가 끝난 뒤 새벽 시간까지 보르도 곳곳에서 들뜬 목소리와 노래가 끊이질 않을 정도로 웨일스 팬들은 축제의 밤을 즐겼다. 전반 베일의 프리킥 선제골 순간 현장에선 웨일스 팬들이 58년 묵은 한을 쏟아내듯 한참동안 환호했고, 경기 후 웨일스 선수들은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고 팬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웨일스대표팀 크리스 콜먼 감독도 경기 후 “선수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처음부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오늘 같은 경기력으로 이번 대회에서 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갈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웃었다.

이날 웨일스 팬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울려 퍼진 노래는 ‘There’s only 1 Gary Speed‘였다. 시내에서 만난 한 웨일스 팬은 게리 스피드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다니다 “아마도 그가 천국에서 뿌듯하게 팀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웨일스국가대표 하면 라이언 긱스나 가레스 베일만 떠올리겠지만, 사실 스피드가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많은 것을 이루게 해줬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500경기 넘게 출전했던 스피드는 2011년 웨일스 감독직을 맡고 있던 당시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눈길을 끈 것은 경기 전뿐 아니라 경기 도중 웨일스 팬들이 계속 부른 노래의 가사에 “우리는 잉글랜드를 잡으러 간다”, “잉글랜드는 우리의 적” 등이 포함돼 있었던 사실이다. 잉글랜드와 같은 B조에 속한 웨일스는 16일 운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자국 팬들의 바람대로 웨일스가 잉글랜드를 잡고 오랜만에 서는 유럽 무대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지, 아니면 객관적 전력과 경험에서 앞서는 우승 후보 잉글랜드가 승리를 챙길지 궁금하다.

보르도(프랑스) | 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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