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전남 맨 김영욱 “한 팬의 SNS 글이 나를 바꿨다”

입력 2016-06-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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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제철중~제철고를 거쳐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한 김영욱은 데뷔 이후 7년간 오랜 부침을 겪었지만, 팬들을 향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제 몫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스포츠동아DB

“인원 적어 버스 대절 불가…큰 자극
단 한명이 오더라도 팬 위해 뛰겠다”

‘인원이 적어 버스를 대절할 수 없다네요. ○○ 원정은 개별 이동해야 합니다.’

평범한 문장이 확 와 닿았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남 드래곤즈의 미드필더 김영욱(25)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구단 게시판에 접속했다가 한 팬이 남긴 글을 우연히 접했다.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했다.

전남은 어느 순간, ‘그저 그런’ 팀으로 전락했다. 정규리그 이후 이어지는 스플릿 라운드 상위리그(1∼6위) 진입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광양전용구장을 찾는 이들은 차츰 줄어들고, 원정경기를 동행하는 이들도 손에 꼽을 정도가 됐다.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여러 대의 대형버스를 대절해 팬들을 지방으로 실어 나르는 수도권 인기구단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워졌다.

12일 안방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클래식 13라운드 경기(0-0 무)가 끝난 뒤 만난 김영욱은 “(SNS 글은) 큰 충격이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밝혔다. 일종의 책임감이었다. 자신이 역할을 못하고,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해 팬층이 얇아졌다는 생각에서였다. “1명의 팬이 원정을 찾아오더라도 진실하게 뛰자”는 전남 노상래 감독의 따끔한 말도 뇌리를 스쳤다.

올 시즌 전남은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3라운드까지 1승6무6패(승점 9)로 11위에 머물고 있다.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8)와의 격차도 크지 않다.

김영욱은 뼛속부터 ‘전남 맨’이다. 광양제철중∼제철고를 거쳐 프로 1군에 진입한 전형적인 프랜차이즈다. 나이는 어려도 프로에 데뷔한지 7년이 흘렀다. 당연히 지금의 상황이 누구보다 답답하고 아프다. 그는 “절실하다. 추락이 계속되면서 정말 힘들고 괴로웠다”고 말했다. 이 때 ‘나 홀로 원정’에 임한 익명의 한 팬이 남긴 글에 자극을 받았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다시 뛰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희망의 조짐이 보인다. 꾸준히 미팅을 갖고 마음을 나누다보니 선수단에 끈끈함이 더해졌다. 전남은 비록 패했지만 지난달 21일 전북현대전을 기점으로, 29일 FC서울전(1-1 무)과 포항전을 치르며 패배의식도 털어냈다. 특히 포항전은 내용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부침이 심했던 김영욱도 더 이상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고 제 몫을 하며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노 감독도 “경기 자세와 정신적 준비가 좋아졌다.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좀더 뛰고 기술적인 부분을 채웠으면 한다. 팀의 중심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김영욱은 “‘오늘 이기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는데 지금은 달리 바라본다. ‘누구에게도 안일함을 보이지 말자’, ‘날 응원하는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눈치를 보지 않게끔 하자’는 생각을 먼저 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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