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콘 “‘이럴 줄 알고∼’만 고정…반전 실패하면 헬게이트”

입력 2016-06-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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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개그콘서트-이럴 줄 알고’의 장기영·양선일·송준근·박영진·송병철(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은 몸이 아닌 말로 승부하고 있다. “유행어가 될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해 달라”며 웃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개콘 ‘이럴 줄 알고’ 팀의 환상궁합

박영진 “폐기 처분 직전까지 간 코너 부활”
송병철 “스토리따라 녹화당일까지 의상 준비”
장기영 “시청자가 만족할 수 있는 반전 고민”


두 무리의 도둑이 대치하고 있다. 한 무리가 총으로 겨누자 “이럴 줄 알고∼, 총 모양의 라이터로 바꿨지”라고 말한다. 화가 난 상대가 숨겨둔 망치를 꺼내려고 하자 “이럴 줄 알고∼, 뿅망치로 바꿨다”며 약 올린다. 예상 밖의 상황의 반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지난달 8일 선보인 뒤 인기리에 방송 중인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이럴 줄 알고’의 한 에피소드다. 코너의 주인공은 공채 개그맨 21기 송병철(35), 22기 송준근(36)·박영진(35)·양선일(37), 25기 장기영(34). 지난달 3주 연속 관객 투표 1위를 차지한 이들은 “이럴 줄 알고∼, 인터뷰 의상을 준비 못했다”며 너스레를 떤다.

코너는 양선일과 장기영, 송준근이 기획해 시작했다. 두 달 전 제작진에 처음 ‘검사’를 받고, 멤버를 보강하자는 의견에 송병철과 박영진을 합류시켜 지금의 팀을 꾸렸다.

박영진은 “폐기 처분 직전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했다”며 “사실 첫 녹화 때까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코너의 화제성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기에 고삐를 놓을 수 없었다.

매일이 아이디어 싸움이다. ‘이럴 줄 알고’는 ‘이럴 줄 알고’라는 말만 고정돼 있을 뿐 상황은 매주 변한다. 송병철은 “스토리에 따라 배경, 소품, 의상을 준비해야 해 녹화 당일까지 정신이 없다”며 “다른 팀 저녁 먹을 시간에 우린 뛰어 다닌다”고 웃었다.

개그콘서트 ‘이럴 줄 알고’의 송준근·박영진·양선일·송병철·장기영.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코너의 웃음 포인트인 반전 에피소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헬게이트(지옥의 문)”다. 시청자 절반 이상이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의 상황을 짜는 게 기준이다. “저런 걸 생각했어?”라는 반응이 아닌 “저럴 줄 알았어”를 원한다. “즙을 짜”는 억지스러운 개그는 지양하고자 한다.

박영진은 “분명 웃음을 줄 수 있는 소재인데 사람마다 시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비하, 폄훼, 조롱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장기영은 “시청자가 기대하는 반전의 강도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항상 고민”이다.

그래도 유행어로 “밀기 위해” 더욱 목청 높여 외치고 있다. 체감하기엔 아직 이르다. 장기영은 “예전 같았으면 인터넷 댓글에서 인용을 많이 했다. 댓글만 봐도 인기 정도를 알 수 있었는데, 아직은 우리의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분발을 약속했다.

그리고 항상 빠지지 않고 ‘개그콘서트’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도 부탁했다. “위기가 곧 기회다. 그 기회를 잡지 않으면 의미 없다”는 생각으로 매주 무대에 오른다.

“사람의 기운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경험해봐서 알고 있다. 응원을 보내주시고, 박수를 쳐주시면 더욱 힘을 낼 수 있다.”

다섯 명의 출연자 중 송준근, 양선일, 박영진은 가정에서 좋은 기운을 얻기도 한다. 올해 1월 결혼한 박영진은 “아내가 도시락을 싸준다”고 자랑한다. 결혼 이후 개그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며 “이제 ‘여자가 그렇게 할 거 다 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개그는 안 한다”고 손사래를 쳐 한바탕 웃음을 안겼다.

네 살과 다섯 살의 딸을 각각 두고 있는 양선일과 송준근은 현실적인 아빠이다.

“아이가 이유식을 먹을 때가 됐다. 먹고 살려면 하는 거죠. 하하!”(양선일)

“아이들이 잘 때 왜 천사라고 하는지 알겠다.”(송준근)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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