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맞대결…추신수 웃고 오승환 울다

입력 2016-06-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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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0년 ‘대통령배 결승전’ 이후 처음
추신수 안타 텍사스 9회 역전승 발판
오승환 홀드 불구 1자책 아쉬운 뒷맛

야구선수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둘이 최고의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수년간의 마이너리그 시절을 겪고 정상급 메이저리거로 자리한 추신수(텍사스·34)와 한·일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미국에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맞대결을 펼쳤다.

둘은 야구선수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16년 전인 2000년, 부산고 투수 추신수와 경기고 외야수 오승환은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지금과는 포지션이 정반대였다. 청소년대표팀 멤버였던 에이스 추신수는 홀로 마운드를 책임지며 우승과 함께 대회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반면 팔꿈치가 아파 타자로 뛰어야 했던 오승환은 추신수와 첫 번째 맞대결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다.

추신수는 계약금 137만달러에 시애틀과 계약하며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떠났고, 마이너리거의 설움을 이겨내고 ‘FA(프리에이전트) 대박’까지 이뤄낸 빅리거가 됐다. 프로 지명도 받지 못했던 오승환은 단국대 진학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투수로 재기해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최고의 마무리투수가 됐다.

1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 오승환은 3-0으로 앞선 8회초 선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로빈슨 치리노스를 93마일(약 150km)짜리 직구로 헛스윙 삼진 아웃시킨 오승환은 좌타자인 미치 모어랜드가 대타로 나오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2사 후 타석에 추신수가 섰다. 평소 ‘돌부처’라고 불릴 만큼 표정변화가 없는 오승환이 한 차례 입맛을 다셨다. 평소 많이 구사하지 않던 초구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고, 2번째 직구는 추신수가 파울로 커트해냈다. 볼카운트 0B·2S로 오승환이 유리한 상황, 추신수는 오승환의 3구째 바깥쪽 94마일(151km)짜리 직구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쳐냈다.


흔들린 오승환은 다음 타자 이안 데즈먼드에게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허용해 2·3루 위기를 맞았다. 좌타자인 노마 마자라가 몸쪽 낮은 코스로 들어온 슬라이더에 헛스윙하다 공이 무릎에 맞고 뒤로 빠지면서 폭투가 돼 3루주자 추신수가 홈을 밟았고, 마자라의 땅볼 때 1루수 맷 애덤스가 실책까지 범하며 2점째를 내주고 말았다.

오승환의 이날 기록은 1이닝 3안타 2삼진 2실점(1자책). 3-2로 리드를 지키고 마무리 트레버 로즌솔에게 마운드를 넘기면서 홀드를 추가했다.

오승환과 맞대결에서 웃은 추신수는 팀의 역전승까지 이끌며 한 번 더 웃을 수 있었다. 1회 첫 타석부터 우전 안타를 기록했던 추신수는 9회 1사 만루서 8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내 동점을 만들었다. 텍사스는 데즈먼드의 희생플라이로 4-3 역전승을 거뒀다. 추신수는 시즌 2번째 멀티히트로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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