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인영 “재벌 女 많이 해봤으니 이제 내려가야죠”

입력 2016-06-21 07: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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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영 “재벌 女 많이 해봤으니 이제 내려가야죠”

한 온라인 백과사전에서 배우 유인영 항목을 살펴보면 ‘얼굴, 몸매도 되고 심지어 연기까지 되는데 왜 뜨질 못하는지 의문’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매우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정작 인터뷰를 통해 만난 유인영에게 이 문구에 대해 알려주니 “그러냐. 나도 궁금하다”고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다. 드라마 속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 방법을 안 가리는 악녀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예전에는 권투도장 딸이나 여고생 미혼모 같은 역할도 자주 했었는데 점점 신분이 상승하더라고요. 어느새 화려하고 도도한 캐릭터를 맡게 되더니 이젠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재벌가 딸이 됐죠. 이제 올라올 만큼 올라왔으니 드라마 안에서 조금씩 내려가 보고 싶네요.”

‘캐릭터로서 내려가 보고 싶다’는 유인영의 말은 그가 얼마나 변신에 목말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느새 유인영은 차가운 도시 여자, 재벌가의 딸, 사랑을 얻기 위해 매달리는 악녀 전문 배우가 되고 말았다.


“비슷한 역만 들어오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그동안 제 출연작 중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이 그런 역할이기도 했고 드라마 관계자들도 저의 그런 모습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요.”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는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다. 변신을 통해 대중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배우가 고착화된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순간 선택의 폭은 놀라울 정도로 좁아지기 때문.

“그래서 서른 즈음에 슬럼프도 왔었어요. 왜 5분 만에 나를 그렇게 판단하는지 화도 났죠. 그런데 쉬는 동안 단편영화 연출을 하면서 저 역시 머릿속에 구상했던 그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배우들에 호감을 느끼더라고요. 연출자 입장이 되어보니 왜 저를 그렇게 쓰는지 알게 된 거죠.”

이런 과정들을 거쳐 유인영은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 그리고 나름의 해답도 얻었다. 주어진 역할 안에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로 한 것.

이를 위해 유인영은 언제부턴가 ‘소처럼 일을 하기’ 시작했다. ‘가면’, ‘오마이비너스’, ‘굿바이 미스터 블랙’ 등 드라마만 연달아 세 편을 했고 영화에도 출연했다.

“한동안 쉬면서 역할의 크고 작은 걸 떠나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자고 생각했어요. 그 작품 안에서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들을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하면 전 아직 어중간한 위치죠. 선택의 여지도 많이 없고요. 그래도 실력을 키우면서 제게 운이 올 시기를 차분히 기다릴래요.”

사진제공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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