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영태 “전 잘 하는 척을 잘 하는 거 같아요”

입력 2016-06-20 1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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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태, 사진|플루토 뮤직

'최영태'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대부분이 Mnet '슈퍼스타K3'에서 이승철에게 "네 곡 나에게 팔아라"라는 호평을 받았던 '아무 말 없이'를 부른 금발머리 청년을 떠올릴 것이다.

또 힙합 팬이라면 MC스나이퍼의 '돌아가요'의 피처링에 참여한 독특한 목소리의 보컬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만하다.

그 최영태가 발표한 미니앨범 '아무 말 없이'는 '슈퍼스타K' 출신 혹은 MC스나이퍼의 피처링 보컬이 아닌 '싱어송라이터 최영태'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라 할만하다.

새로운 소속사인 플루토뮤직에 둥지를 틀고 처음으로 발표한 앨범이기도 하고, 전곡의 프로듀싱을 직접 맡으며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명확히 드러내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물론 타이틀곡 '아무 말 없이'가 '슈퍼스타K'를 통해 처음 알려진 연결고리가 있다곤 하지만, 정식으로 공개된 '아무 말 없이'는 새로운 편곡과정을 거쳐 당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노래로 재탄생됐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알리는 앨범인 만큼 본인 스스로 한껏 자랑을 늘어놓을 만도 하지만 정작 최영태 본인은 "나는 잘하는 게 없는 거 같다. 그냥 내가 사기를 잘친다. 잘하는 척을 잘한다"라고 농담섞인 소감을 먼저 털어놓았다.

이어 최영태는 "노래도 작곡도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전공을 한 게 아니다. 굳이 (둘 중에)잘하는 거라고 하면, 곡을 잘 쓰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자조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겸손하게 말한 최영태지만 그가 말하는 '잘 쓴 곡'의 기준은 명확하게 있었다.

최영태, 사진|플루토 뮤직


최영태는 "잘 쓴 곡의 기준은 담백해야 한다.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만든 곡을 보면 필요한 얘기가 아닌, 꾸며진 가사와 멜로디에 들어갔다. 간추리고 간단하게 만들면 더 와 닿는데 굳이 끼워 맞추고 불필요한 언어들이 들어갔었다. 그런 곡은 좋은 곡이 아니다"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의 기준을 밝혔다.

이어 "내가 이런 기준에 맞는 곡을 쓰긴 썼다. 편곡하고 만들고 하다 보면 점점 갈려서 만족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다 그렇다고 얘기해야 하는데, '바람' 같은 곡은 아쉽다. 담백하지 못한 편곡이다"라고 자신의 앨범을 자평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최영태의 음악적 베이스는 록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명확하게 그에게 영향을 준 밴드가 있다. 영국의 록밴드 뮤즈(MUSE)이다. 그간 최영태가 들려준 음악이 어쿠스틱과 팝 계열의 사운드가 많았기에 이는 상당히 의외였다.

최영태는 "내 베이스는 락에 있다. 다이나믹하고 몽환적인 걸 좋아한다. 뮤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편곡을 하면 락적으로 하게 되더라. 지금은 좋아하는 걸 약간 내려놓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최영태가 음악을 하게된 계기도 뮤즈와 관련이 있다. 최영태는 "어머니가 가수라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을 거 같지만 누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머니가 예전에 데뷔를 했다고 하지만, 일하면서 한 번 접었다가 나 졸업하고 앨범을 낸 거다"라며 "오히려 누나가 나 어렸을 때 마이클 잭슨 좋아해서 노래를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누나 MP3를 많이 들었데, 거기에 뮤즈 노래가 있었다. 그걸 듣고 노래방에서 따라 부르고 그랬다. 그때는 사랑노래를 부르는 게 되게 오그라들고 그랬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뮤즈의 '플러그 인 베이비(Plug In Baby)'의 기타 인트로가 너무 좋아서 무작정 기타를 샀었다. 처음에는 학원에서 한 두 달 배웠는데, 내가 뮤즈를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는 그냥 (뮤즈)영상 보면서 혼자 했다"라고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뮤즈였음을 밝혔다.

그런 만큼 최영태는 앞으로 밴드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최영태는 "일단은 내 이름을 가지고 하는데 다양하게 하고 싶다 통기타 치면서도 하고 풀사운드를 하기도 하고, 어떤건 밴드로 하고...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 나도 어쿠스틱만 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다양한 형태로 음악을 하고 싶음을 희망했다.

최영태, 사진|플루토 뮤직


스스로 보컬보다는 작곡이 더 낫다고 평가한 최영태지만, 그의 독특한 목소리는 최영태의 또 하나의 트레이드 마크다. 자신의 보컬에 대해 "목소리는 원래 그렇다. 누나가 둘이 있는데, 어릴 때는 목소리 높이면 이기지 않나. 힘으로 안되니까 누나랑 싸울 때 소리를 많이 질렀던 거 같다. 그게 버릇이 돼서 톤을 높게 잡는다"라고 목소리 톤만큼이나 독특한 목소리의 탄생 이유를 밝혔다.

어찌됐든 자신만의 확실한 음색을 지닌 최영태지만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게 아니기때문에 '슈퍼스타K3' 이후 별도로 보컬 레슨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이 '슈퍼스타K 5'에 출연하는 인연이 됐다.

최영태는 "보컬 학원에서 3~4개월정도 레슨을 받았는데, 그 때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다. 용기를 내서 고백을 했는데 차였다. 그 때 그 여자가 '슈퍼스타K TOP4에 들면 생각해 보겠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슈퍼스타K5'에 나가게 됐다"라고 '슈퍼스타K'에 얽힌 묘한 인연을 털어놓았다.

결과적으로 '슈퍼스타K5'의 출연은 스스로를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고 했다. 최영태는 "'슈퍼스타K5'에 출연하고 혼자서도 뭔가를 잘 할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다음해에 싱글을 냈는데, 막상 내놓고 보니 '내면 뭐하나. 잘 내야 하는데'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다행히 그대 지금의 플루토뮤직과 만나서 다시 음악을 하고 있다. 지금은 편안하다. 힘든 것 없이 (음악을)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이제야 제대로 출발선에 선 최영태는 조금씩 스스로를 바꿔가고 있었다. 최영태는 "내가 원래 곡 쓰는 방식을 정해놓은 게 없다. 그때 그때 닥치면 하기도 하고, 떠올라서 하기도 하는데, 그러다보니 사람이 게을러지는 거 같다. 떠오르기만 기다리기보다 정해놓고 곡을 쓰려고 한다. 언제까지 들어보고 싶다라고 날을 정해서라도 쓰고 싶고, 그렇게 담백하지만 내 색이 분명한 곡을 쓰고 싶다"라고 더 자주 자신의 음악을 선보일 것을 다짐했다.

최영태, 사진|플루토 뮤직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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