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돋보기] 한여름에 웬 전기요 광고…뜬금포 날린 ‘보국의 생각’

입력 2016-06-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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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국전자 ‘여름’편

TV 광고는 특성상 짧은 시간에 승부를 봐야 한다. 15∼30초는 화살처럼 훅 하고 날아가 버릴 만한 시간이다. 후다다닥 지나가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제대로 된 광고다. 그렇다고 제품 선전에 회사 자랑까지 있는 대로 끌어 모아 우겨넣는다고 될 일도 아니다. 자칫 깨알 글씨로 조항을 잔뜩 나열해 놓은 보험 안내서 같은 광고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좋은 광고인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제품이더라?”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최악의 경우도 있다. “아, 재밌었다. ○○ 제품을 꼭 사야겠어”라는 경우다. 뭐가 문제냐고? ○○제품은 경쟁사의 제품이다. 그러니까 시청자는 기껏 CF를 보아놓고는 경쟁사의 광고로 오인을 하고 만 것이다.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이런 경우도 없지는 않다.

보국전자의 여름 편 CF 역시 ‘후다다닥’ 지나가는 광고다. 김지호가 연기한 엄마와 어린 딸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에서 광고가 시작된다. ‘보국의 생각’이라는 자막이 뜬다.

이어 거실 장면. 소파가 있고 보국전자의 제품으로 보이는 에어쿨러가 눈에 띈다. 공기순환기인 에어서큘레이터가 등장한다. “실내공기는 집안 곳곳 순환되어야 쾌적하다는 건강한 생각”이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러니까 에어쿨러로 시원한 바람을 만들고, 이 바람을 에어서큘레이터가 집안 구석구석까지 순환시켜 준다는 얘기인 듯하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드디어 이 광고의 하이라이트(?)가 등장한다. 엄마가 드럼세탁기에 담요처럼 보이는 제품을 집어넣고 있는 장면이다. “전기요를 세탁기로 돌린다는 생각”이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전기요가 보국전자의 간판제품 중 하나라는 것은 알겠지만, 여름에 웬 전기요? 세탁기로 세탁이 가능한 전기요라는 것은 확실히 대단하고 심지어 획기적이기까지 하다는 생각이지만 ‘여름 편’ CF에 등장할 만한 물건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여름철 이열치열을 위해 전기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일까.

이 광고는 “여름을 생각하면 보국이 보입니다”라는 멘트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후다다닥 지나갔지만 실은 뭘 봤는지를 잘 모르겠다. 분명하게 전달된 메시지라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에 웬 전기요?”라는 것뿐이다.

어쨌든 여러분은 여름을 생각하면 보국이 보이시는지. 솔직히 말해 이 광고를 생각하면 ‘뜬금없음’이 보일 뿐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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