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짓밟은 포스코 ‘철의 약속’

입력 2016-06-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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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재인수 약속’ 배드민턴 실업팀, 세아그룹에 떠넘긴 후 모르쇠

배드민턴협회 수차례 인수요청 외면
“새 기업 찾을때까지 6개월 시간달라”
박용제 감독, 팀 해체 보류호소도 묵살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기업집단 매출액 기준 국내 8위인 포스코가 약속을 저버리고 올림픽 효자종목 배드민턴팀을 고사시키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014년 2월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을 통해 배드민턴팀을 창단했다. 당시 포스코특수강 조뇌하 사장은 “회사가 위치한 창원시의 우수선수 육성과 직원 및 지역민의 건전한 여가문화 보급을 위해 배드민턴 실업팀을 창단했다. 이를 통해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2015년 2월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했고, 회사명은 세아창원특수강으로 바뀌었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인수협상 과정에서 “세아에서 배드민턴팀을 당분간 운영해주면 곧 다른 계열사에서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배드민턴 명문 삼성전기와 국가대표 코칭스태프로 활약하다 포스코그룹의 영입제안을 받고 창단 사령탑을 맡은 박용제 감독은 “포스코 컴텍과 대우인터내셔널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가 곧 팀을 인수하니 열심히 훈련해달라는 말만 믿었다. 포스코에서 ‘2015년 12월까지만 세아에서 운영해주면 곧 팀을 인수하겠다’며 한 차례 말은 번복했지만 그래도 굳게 믿었다”며 “올림픽은메달리스트이자 국가대표 코치인 이경원 코치와 함께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했고, 포스코라는 기업을 믿고 고교랭킹 1∼2위 선수들이 입단도 약속했다. 그러나 포스코가 인수를 거절해 해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세아특수강은 포스코에 수차례 배드민턴팀 인수를 요청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도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황은연 사장에게 수차례 협조를 구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3월15일 팀은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박용제 감독은 새로운 팀 인수 기업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포스코 황은연 사장에게 편지를 보내 ‘새로운 인수기업을 찾고 있으니 6개월 동안만 한정적으로 선수단 급여와 훈련비용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된 상태다.

포스코그룹은 대외적으로 사회공헌을 외치며 팀 창단을 적극적으로 알렸지만 단단한 철강기업 이미지와는 달리 식언(食言)을 하고 있다. 2014년 취임한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평소 “경영상의 손실이 있더라도 윤리경영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배드민턴팀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스포츠동아는 포스코그룹의 반론을 듣기 위해 그룹 가치경영실 담당자에게 수차례 문의를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없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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