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성은정-1인자 박성현, 어디선가 본듯한…

입력 2016-06-28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여고생 골퍼 성은정이 26일 경기도 안산의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BC카드 레이디스컵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그러나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우승 경쟁을 펼친 성은정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6번홀에서 티샷 하는 성은정. 사진제공|KLPGA

성 레이디스컵 우승 눈앞서 역전패
박 롯데칸타타오픈 뼈아픈 연장패
‘닥공 골프’·강한 멘탈까지 빼닮아

마지막 한 홀을 버티지 못하고 우승트로피를 날린 여고생 골퍼 성은정(17·금호중앙여고). 그에게서 박성현(23·넵스)의 향기가 느껴진다.

26일 경기도 안산의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 한국경제 레이디스컵. 71번째 홀까지 3타 차 선두를 달린 성은정의 우승이 눈앞에 보였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티샷이 OB구역으로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리고 이어진 네 번째 샷의 실수는 성은정의 멘탈을 완전히 붕괴시켰다. 결국 성은정은 3타를 지켜내지 못하고 오지현(20·KB금융그룹), 최은우(21·볼빅)에게 연장을 허용했고, 끝내 우승트로피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우승을 놓친 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성은정은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 여자골프를 뒤흔들 차세대 재목임을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또한 실패를 극복하고 여자골프 1인자로 우뚝 선 박성현의 뒤를 이어 ‘제2의 박성현’이 될 가능성도 함께 보여줬다.

한국여자프로골프의 1인자가 된 박성현. 그는 1년 전 충격적인 패배를 경험했다. 투어 2년 차이던 박성현은 제주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눈앞에 뒀다. 마지막 18번홀. 약 1m 남짓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퍼트를 놓쳤다. 골프를 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이 연습하고 성공시켰던 퍼트였지만 우승을 앞둔 박성현에겐 너무나도 먼 거리였다. 결국 이정민(24·BC카드)에게 연장을 허용한 박성현은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실패는 박성현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어느덧 박성현은 국내를 대표하는 여자골퍼가 됐다. 이번 시즌에만 5승을 거두면서 현재로서는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박성현이 더 빛나는 건 1년 전의 충격적인 실패를 딛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성은정은 여러 면에서 박성현과 닮았다. 우선 경기 스타일이 비슷하다. 박성현처럼 ‘장타자’다. 드라이브샷을 평균 260∼270야드 정도 날린다. 뿐만 아니라 장타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한다. 멀리 쳐 놓고 짧은 클럽으로 홀에 바짝 붙여서 버디를 만들어내는 전략을 많이 추구한다. ‘닥공골프’로 통하는 박성현도 이렇게 경기를 풀어간다.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도 박성현을 빼닮았다. 이번 대회 3라운드에서 성은정은 박성현과 맞대결을 펼쳤다. 대회 기간 내내 박성현과 비교됐던 만큼 관심이 쏟아졌다. 그러나 성은정은 담담했다. 오히려 “상대를 신경 쓰면서 경기하는 성격이 아니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짧은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외모와 부모님이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DNA를 타고 난 것까지 닮은꼴이다.

우연일지는 몰라도 이름 석자를 알리게 된 계기도 흡사해졌다. 둘 다 우승이 아닌 뼈아픈 역전패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박성현처럼 극복하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면 성은정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밝게 빛날 수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