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연장혈투도 악천후도 막지 못한 ‘끝장승부’

입력 2016-06-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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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밤 10시 40분 비로 인해 중단된 경기가 속행됐지만 이미 시간은 28일 새벽 2시15분이었다. 오전 2시45분, 7시간45분의 긴 승부 끝에 이긴 텍사스 선수들은 그래도 신이 난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새벽 2시45분에 끝난 NY-텍사스
역대 최장시간 경기는 8시간6분
4시간 이상 우천지연도 6차례나


2015년 4월10일(현지시간) 양키스타디움.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연장 19회까지 가는 혈전을 치렀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기록된 순간, 양키스타디움의 시계는 날짜가 바뀌어 오전 2시15분을 가리켰다. 무려 6시간49분의 마라톤 경기 끝에 레드삭스가 6-5로 승리를 거뒀다. 4월11일이 생일인 양키스의 1루수 마크 테셰라는 ‘1박2일’에 걸쳐 진행된 이 경기에서 자정이 넘어가는 순간, 만으로 35세가 돼 한 살은 더 먹었다.

이 경기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양키스 역사상 가장 긴 홈경기로 남아 있다. 1962년 6월24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원정경기에서 22이닝까지 간 끝에 7시간 만에 경기를 마친 것이 양키스 역사상 최장시간 경기다.

이처럼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무승부가 없다는 점이다. 일단 경기를 시작한 이상 끝장을 보고야 만다. 28일에도 양키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는 7시간45분 만에 마무리됐다. 이번에는 연장 승부가 아니었지만 악천후로 인해 경기는 오전 2시45분에야 승패가 갈렸다.

이날 5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점점 거세졌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경기는 중단되지 않은 채 강행됐다. 양키스는 6-5로 앞선 9회초 마무리투수 아롤디스 차프만을 투입했다. 그러나 거센 폭우로 인해 제구에 난조를 보인 차프만은 5구만에 로빈슨 치리노스를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이어진 추신수와 대결에서도 3B-1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자 양키스의 조 지라디 감독이 심판에게 달려 나왔다. 폭우로 정상적인 경기가 어려우니 일시 중단하자는 요구였다. 이때가 오후 10시40분이었다. 다시 경기가 속개되기까지 3시간35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할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오전 2시15분에 속개된 이 경기에서 양키스의 6번째 투수 커비 예이츠는 몸에 맞는 공을 3개나 기록하는 등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며 3점이나 허용했다. 9-6으로 전세가 뒤집어진 가운데 마운드에 오른 레인저스의 마무리 샘 다이슨은 졸린 눈을 비비며 시즌 16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경기 후 지라디 감독은 “사실 9회 이전에 중단돼야 마땅했다. 정말 끔찍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렀고, 부상 선수들이 발생할까 두려웠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심 8회말을 마친 후 중단이 이뤄질 것을 기대했지만 1이닝만 남긴 상황이었기 때문에 계속 이어진 가운데 차프먼이 난조를 보이자 뒤늦게 경기 중단을 요구한 것은 꼼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역전패를 당한 지라디 감독은 게도 구럭도 모두 놓친 격이 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4시간 이상 비로 경기가 지연된 경우는 6차례나 있다. 레인저스-양키스전은 순위에도 끼지 못하는 셈이다. 역사상 최장시간 지연은 1990년 7월23일에 발생했다. 레인저스와 홈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는 오후 1시35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무려 7시간23분 후인 오후 8시58분에야 개시됐다.

1999년 10월3일에는 5시간45분 연기 끝에 오후 9시에 경기가 시작됐다. 이 경기가 취소될 수 없었던 이유는 신시내티 레즈의 플레이오프 운명이 걸려 있어서였다. 이날 밀워키 브루어스를 물리친 레즈는 뉴욕 메츠와 와일드카드 진출팀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펼쳤다. 또한 현지시간으로 오전 3시가 넘어 경기가 끝난 사례도 무려 8차례나 된다.

한편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장시간 경기는 8시간6분이다. 1984년 5월8일 열린 브루어스와 화이트삭스 경기는 연장 18회까지 3-3으로 승부가 가려지지 못한 가운데 다음날 경기가 속개돼 홈팀 화이트삭스가 승리했다.

미국의 4대 스포츠 중 무승부를 용납하지 않는 종목은 메이저리그밖에 없다. 똑같은 1승이지만 7시간39분에 걸쳐 짜릿한 역전극을 일궈낸 레인저스는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먼저 50승 고지에 선착했다. 반면 지라디 감독의 꼼수가 통하지 않은 양키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은 점점 더 짙은 안개 속으로 잠기게 됐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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