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형빈♥정경미 “‘개콘’ 후배들, 시청률에 일희일비 말라”

입력 2016-07-05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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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 떠도는 말 중에 ‘개그맨 부부는 잘 산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앞서 결혼한 선배 개그맨 부부를 통해 충분히 증명됐고 이 인터뷰를 통해 소개될 윤형빈♥정경미 부부를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어느새 격투기 선수, 소극장 경영 등으로 인해 ‘도전의 아이콘’이 된 윤형빈과 그를 뒷받침 하는 ‘내조의 아이콘’이 된 정경미, 그러나 인터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여전히 코미디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열정으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홍대 코미디 위크’라는 행사다. 이경규, 이수근을 필두로 각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한 개그맨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 행사는 윤형빈♥정경미 부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전에도 부산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같은 행사가 있었지만 이 정도의 라인업이 완성된 행사는 아마 처음일걸요. 연극이나 가요에서는 이런 비슷한 행사가 있는데 ‘왜 코미디에는 없지’라고 생각하니까 열 받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시작을 하면서 이경규 형님이 공연을 수락해 주셨고 이후엔 일사천리로 풀렸어요. (이)수근 형도 부산 소극장 공연 때부터 저를 도와주시고 그 인연으로 코미디 위크 라인업을 만들었죠.” (윤형빈)

이후 윤형빈은 “코미디 계에 재능 있는 친구들이 많다. 난 그 친구들을 위해 멍석을 깔아주고 싶었다.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옆에서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던 정경미가 속내를 알 수 없는 깊은 한숨을 쉰다.


“코미디 위크 이야기를 처음 했을 때 ‘또 이 사람이 일을 벌이는 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형빈 씨는 계속 ‘이거 특허내면 대박날 것 같다’, ‘저기에 가게를 차리면 좋겠다’는 말을 계속 했었죠. 일종의 사업가 기질이 있는 거에요. 그리고 거기에 코미디에 대한 사랑이 더해져서 지금의 윤형빈이 있는 것 같아요.” (정경미)

현재 서울 홍대와 부산에 소극장을 운영하는 윤형빈에게 “하나는 접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정경미지만 그 역시 뼈 속까지 개그우먼이다. 아무리 윤형빈이 코미디에 대한 애정으로 일을 벌여도 정경미의 동의 없이는 성사 될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

“최근 프로그램들을 보면 방송사마다 음악 프로그램은 많은데 코미디 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요. 개그맨들이 코미디를 보여줄 무대가 좁아진 거죠.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이걸 넓히는 작업을 아무도 하지 않았더라고요. 누군가는 이걸 해야 했어요. 그래야 뒤에 나올 사람들이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윤형빈)

“저도 이번에 김경아 씨와 ‘투맘쇼’라는 공연을 하면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제 사비를 털어서 준비했어요. 의상은 뭘 입을지 어떤 주제로 공연을 할지 토론하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쾌감도 느꼈어요. 이 맛에 남편이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죠.” (정경미)


코미디에 대한 사랑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이 부부는 “이 인터뷰 때문에 오랜만에 같이 있게 됐다”고 말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애정만큼이나 그들의 고향인 KBS2 ‘개그 콘서트’의 부진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실 공개 코미디는 언제나 기복이 있었어요. ‘개콘’도 그동안 침체기라는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요. 아직까지 큰 히트 코너가 없어서 침체를 겪고 있지만 그런 코너 한 두 개만 나오면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후배 개그맨들이 시청률에 주눅 들지 말고 남을 웃기는 걸 즐거워하고 거기에만 집중하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개콘’도 살아나고 주머니 속에 숨겨둔 송곳이 튀어나오듯 재능 있는 친구들이 뜨지 않을까요?” (윤형빈)

“요즘은 ‘개콘’ 말고도 재미있는 것들도 많고 스마트폰으로 재미있는 걸 찾아보는 세상이잖아요? 후배들이 낮은 시청률 때문에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경미)

윤형빈♥정경미 부부는 이제 과거 ‘개콘’에서 시청자를 웃기는 것을 넘어 코미디 업계 전반을 걱정할 줄 아는 인물이 되었다. 이들의 행보는 같은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 궁금증에 윤형빈과 정경미는 개그맨이라는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로 답했다.

“저희는 만약 제 자식이 개그맨을 한다고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이 직업처럼 남을 웃게 할 수 있고 끊임없이 재미있는 상황에 놓여있는 건 없을 걸요. 우리 아이가 이런 길을 걷는다는데 절대 말릴 이유가 없죠.”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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