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우결’ 데이트 소재 돌려막기…지겹지 않아요?

입력 2016-07-09 2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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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그림이 재등장했다. ‘또 제주도’도 모자라 ‘또 수영장’이다. 커플만 달라졌을 뿐이다.

9일 오후 방송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결4’)에서는 에릭남-솔라의 ‘먹고 운동하고 사랑하라’ 제주도 여행기 2탄이 그려졌다.

지난주 선상 낚시에 이어 이날 패들 요가를 배우며 여행 미션을 완료한 에릭남과 솔라. 두 사람은 제작진에게 전달 받은 의문의 주소지로 이동했다. 목적지는 ‘초호화 호텔 숙박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고급 호텔이었다.

이후부터는 ‘우결’ 애청자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전개대로 흘러갔다. 에릭남과 솔라는 감탄사를 남발하며 방을 구경한 후 ‘야간 수영’에 나섰다.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비치웨어 차림으로 서로 쑥스러워하는 것은 필수 코스. 이윽고 입수한 두 사람은 알콩달콩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이었다. 에릭남과 솔라의 수영장 데이트는 지난해 12월 육성재-조이 커플의 제주도 여행 데이트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육성재와 조이는 한밤 중 수영장에서 포옹하고 얼굴을 밀착하며 달콤한 데이트를 즐겼다. 이는 불과 7개월 전. 한 번의 데이트가 최소 3주 이상 나눠 방송되는 것을 고려할 때 데이트 소재의 재탕은 더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제주도는 ‘우리 결혼했어요’ 제작진이 가장 사랑하는 국내 여행지 중 하나다. 에릭남-솔라 커플뿐 아니라 그동안 조권-가인, 김현중-황보, 알렉스-신애, 닉쿤-빅토리아, 송재림-김소은, 정준영-정유미, 남궁민-홍진영, 이종현-공승연, 육성재-조이, 오민석-강예원 등 수많은 가상 부부가 제주도를 다녀갔다. 특히 육성재-조이 커플과 이종현-공승연 커플은 에릭남-솔라와 동일하게 ‘제주도+수영장 데이트’ 코스를 밟았다.


제주도가 아니어도 휴양지 커플 여행에는 수영장 데이트가 공식처럼 따라붙었다. 홍종현-유라 커플의 발리여행과 이장우-함은정 커플의 롬복여행 그리고 우영-박세영 커플의 싱가포르 여행에도 수영장 데이트가 빠지지 않고 다뤄졌다.

지난주 에릭남과 솔라의 바다 선상 낚시 또한 마찬가지. 그동안 바다에서 낚시를 즐긴 가상 부부는 조정치-정인, 알렉스-신애, 김현중-황보, 이장우-함은정, 육성재-조이, 조권-가인, 이준-오연서 등에 달한다.

에릭남-솔라 커플뿐 아니라 이날 그려진 조타-진경 커플의 일일 매니저 체험기와 조세호-차오루 커플의 지인 소개팅도 지겨운 소재다. 특히 일일 매니저의 경우 무려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 크라운제이-서인영 커플이 첫 체험한 후 김현중-황보, 정형돈-태연, 조권-가인, 이장우-함은정, 이특-강소라, 송재림-김소은 그리고 올해 초 곽시양-김소연까지 같은 에피소드를 겪었다.


궁색하지만 변명의 여지는 있다. ‘우결’은 2008년 시즌1로 출발해 시즌4까지 8년 동안 수많은 커플의 합류와 하차를 반복해왔다. 가상부부의 결혼생활을 다루는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제한적인 틀에서 소재가 고갈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문제였다. 일반 커플과 비슷한 절차를 밟다 보니 매 가상부부마다 데이트가 비슷하게 전개될 수밖에. ‘우결’을 지켜보는 우리 또한 연인과 만나면 ‘밥-커피-영화’ 지겨운 데이트 코스를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도 현재의 ‘우결’ 전개는 아침 드라마 보듯 뻔하다. 가상부부가 우주로 가지 않는 이상 정말 신선한 데이트 소재를 찾기 힘들어진 정도. 데이트 쳇바퀴에 빠진 제작진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까. 이러다간 현재 출연 중인 세 커플도 소재 돌려막기의 반복 속에 [첫 만남→신혼집 입성→신혼여행→해외여행→웨딩 화보→하차] 수순을 밟지 않을까 싶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MBC ‘우리 결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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