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추락하는 시카고C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6-07-10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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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 조 매든 감독(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승률 6할 고지마저 무너졌다. 108년 동안 우승에 목이 말라 있는 시카고 컵스가 무더운 여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7할대 승률을 기록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2위에 12.5경기차까지 앞서다가 10일 현재(한국시간) 2위 피츠버그에 6.5경기차로 줄어 이제는 디비전 우승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최근 5연패를 당하는 등 10경기에서 1승9패의 참담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시카고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무너진 에이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제이크 아리에타의 최근 부진이 심각하다. 9일 시작된 피츠버그 원정 3연전 첫 경기에 나선 아리에타는 6회까지 홈런을 두 방이나 허용하며 6실점으로 무너졌다. 최근 4경기 내리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실패한 아리에타의 시즌 방어율은 2.68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 기간 21이닝을 던져 무려 17점(16자책)이나 허용했다.

문제는 제구다. 직구 구속은 시속 153㎞로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볼넷 허용이 크게 늘었다. 시즌 개막 후 68이닝 동안 21개의 볼넷을 내준 것과는 달리 최근 16.1이닝에서는 8개의 프리 패스를 내주며 스스로 무너졌다. 무엇보다 피츠버그 타선이 ‘아리에타 공포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9이닝 동안 5개의 안타로 아리에타에게 완봉패를 당했던 피츠버그는 올 시즌 첫 3경기에서도 모두 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4번째 대결에서는 9개의 안타를 뽑아내며 아리에타에게 시즌 4번째 패배를 안겼다.

2선발 존 레스터 역시 잔인한 7월을 보내고 있다. 6월에 4승무패, 방어율 1.41로 내셔널리그 최우수투수로 선정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 달에는 2경기에서 4.1이닝을 소화하며 13점이나 빼앗겼다. 레스터 역시 올 시즌 피츠버그전에서 2승1패, 방어율 1.96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10일 열린 2차전에서 3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지난달 13일만해도 1.89였던 방어율은 어느덧 3.01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에이스들의 부진이 이어지자 7월 팀 전체 방어율은 7.07이 됐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다.

헐거워진 외야

13일 열리는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의 내야진은 1루수 앤서니 리조, 2루수 벤 조브리스트,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 유격수 애디슨 러셀 등 모두 컵스 선수들로 채워졌다. 외야수로는 덱스터 파울러가 주전으로 뽑혔다. 올 시즌 타율 0.290, 7홈런, 28타점을 기록 중인 파울러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6월19일 이후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감췄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홈런 5개를 때리며 스타덤에 올랐던 좌익수 카일 슈와버는 개막 후 2경기 만에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쿠바 출신 신예 거포 호르헤 솔레르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한 달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또 1억8400만 달러의 초특급 계약을 맺은 제이슨 헤이워드는 타율 0.247, 4홈런, 28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화려한 라인업으로 구성된 탄탄한 내야와는 달리 외야는 그야말로 허점투성이다. 궁여지책으로 최근 주전 포수 자리를 차지한 윌슨 콘트레라스를 이번 피츠버그 3연전 첫 경기에 좌익수로 기용했을 정도다. 2번째 경기에서는 브라이언트가 3루수를 하비에르 바에스에게 넘기고 좌익수로 출전했다.

페넌트레이스는 이제부터

팀 전력의 균형이 깨지면서 컵스는 끊임없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4전 전패를 당했던 뉴욕 메츠에 1~4일 원정 4연전 모두 덜미를 잡히더니, 약체 신시내티 레즈(5~7일)에 1승2패, 내셔널리그 승률 최하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8일)에도 3-4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 8승1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피츠버그에도 2경기를 모두 내준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은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이 ‘지옥에서 벗어나려거든 계속 앞만 보고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던 것처럼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시즌 초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피츠버그는 최근 10경기에서 9승이나 따내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승환을 마무리로 올린 세인트루이스도 7경기차로 컵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피츠버그와 세인트루이스의 거센 협공을 받고 있는 컵스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세 팀의 우승 경쟁은 다시 원점에서 시작이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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