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MLB에서 ‘호갱님’된 KBO

입력 2016-07-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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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싸움이 치열해지면서 거액의 이적료를 내고 외국인선수를 데려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화는 에스밀 로저스(오른쪽) 대신 에릭 서캠프(왼쪽)를, 알렉스 마에스트리 대신 파비오 카스티요(가운데)를 영입하면서 연봉을 능가하는 이적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호갱님’, 다루기 쉬운 어수룩한 구매자를 칭하는 신조어로, ‘호구’와 ‘손님’이 합쳐져 생겼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분야, 예컨대 자동차수리를 하는 카센터, 휴대폰 등 전자제품 판매점, 중고차 판매점에서 아차 하는 순간 누구나 호갱님이 될 수 있다.

KBO리그 각 구단은 현재 메이저리그 시장에서 호갱님 신세다. 각 구단에는 미국야구 전문가가 수두룩하고 객관적인 선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지만 일부 팀의 과잉 투자와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만만한 소비자가 된 지 오래다.

한화는 지난 2년간 고액의 이적료를 지급하며 시즌 중 외국인 투수를 3차례 교체했다. 지난해 에스밀 로저스, 올해 파비오 카스티요, 에릭 서캠프까지 시즌 중 거물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서캠프와 계약설이 나돈 직후 각 팀 실무진에서는 “깜짝 놀랐다. 도대체 얼마를 투자한 거냐?”는 말이 나왔다.

서캠프는 미국에서 2013년 48만 달러, 2014년 49만 달러, 2015년 51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8일 한화가 밝힌 계약 총액은 45만 달러다. 29세의 좌완 투수는 올 시즌 25인 로스터에서 시작했는데, 그래서 발표 금액 그대로를 믿기 어렵다. 이적료는 텍사스와 합의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서캠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대체 선발 자원으로 활용 가능했지만 하루가 급한 한화의 구애를 받고 이적에 합의했다.

국제무대에서 활동 중인 한 에이전트는 “서캠프는 올 시즌 중 오클랜드 40인 로스터에서 빠지면서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한 팀에서 한 선수가 오랜 시간 마이너와 메이저리그를 오간 경우 구단이 매우 낮은 이적료를 받고 해외무대로 길을 터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서캠프는 그런 사례가 아니다. 이미 7월이지만 한화가 시장에서 상식적인 선을 넘어선 이적료를 지급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캠프의 이적료에 대해서는 40만 달러에서 60만 달러 설도 돌고 있다.

국내 10개 팀은 영입 가능한 선수를 리스트에 복수로 올려놓고 정보를 추가해가며 꾸준하게 관리한다. 시즌 중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할 경우 이 리스트를 토대로 교체 선수 후보를 정한다. 그러나 국내 실무자 상당수는 특정 몇몇 에이전트 및 구단 인맥에 의존하고 있다. 당연히 리스트가 겹친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이미 지난 수년간 학습효과를 통해 KBO리그는 외국인선수를 2군에 보유하지 못해 상황이 매우 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적료를 높게 부르는 이유다. 국내 구단 관계자는 “이적료에 대한 세금까지 우리나라 팀들이 대신 내주는 게 관행이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많은 팀들이 교체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 하나는 일부 팀의 지나친 과잉 투자로 시장이 술렁였기 때문이다. KBO는 각 구단과 협의를 통해 쿠바야구협회와 유망주 영입 계약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출 방안을 찾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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