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 정유미 말고 ‘이 정유미’를 만났습니다

입력 2016-07-13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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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 정유미가 아닌 ‘이 정유미’를 만났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삼순이들과 해영이들은 ‘내 이름은 김삼순’과 ‘또 오해영’을 보면서 공감했다. 연예계에도 대표적인 동명이인이 있다. 배우 정유미. 이날 동아닷컴이 만난 정유미도 tvN 드라마 ‘또 오해영’ 이야기가 나오자 “나도 ‘또 정유미’지 않나. 요즘 그 드라마를 봤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며 한 분야에서 같은 이름으로 활동하는 후배 정유미를 언급했다.

“동명이인 정유미를 예전에 미용실에서 본 적이 있어요. 말은 못 걸었죠. 정유미가 정유미를 눈앞에서 보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웃음) 저도 ‘또 정유미’잖아요. ‘또 오해영’ 소재에 정말 공감이 돼서 꼭 보려고 했는데 KBS2 ‘마스터-국수의 신’을 촬영하느라 못 봤어요. 정유미로 살아간다는 게, 또 동명이인으로 연예계에서 함께 일을 한다는 건 신기한 일인 거 같아요.”

‘마스터-국수의 신’(이하 ‘국수의 신’)은 정유미 연기 활동에 전환점을 마련했다. 선배 연기자 조재현과 호흡하면서 연기의 신을 영접한 값진 경험을 한 것이다.

“쪽대본이라 힘든 중에도 조재현 선배님은 무섭게 연기를 하세요. 매 장면 대사가 많고 ‘죽일듯한 눈빛’이라는 지문도 소화해야했지만 대본에 쓰여 있는 글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걸 보면서 놀랐죠. 후반부로 갈수록 제가 맡은 채여경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했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연기적으로 아쉬움이 많아요. 조재현 선배를 보면서는 더 부족함을 느꼈어요.”

‘국수의 신’은 “이제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유미는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바다로 휴양을 떠난 인증샷을 공개하며 다짐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바로 ‘마스터-국수의 신’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내가 가진 무기를 더 많이 장착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꼈다.

“쉬지 않고 다작을 해왔죠. 에너지가 소모되더라고요. 또 비슷한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특정한 연기 틀에 갇힌 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국수의 신’ 종영 후 바로 다음 작품에 출연하기 보다는 쉬면서 힐링을 하려고합니다. 이번에는 진짜로요.”


정유미는 ‘이번엔 진짜 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3년 동안 말로만 ‘이번 작품 끝나면 쉬어야지’를 반복한 그가 한(?)을 풀 때를 기다린 것이다. 2년 전 MBC 드라마 ‘엄마의 정원’에 출연할 때 ‘우리 결혼했어요’를 병행하면서 하루에 100씬 정도를 촬영했다. 최근 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선 인터뷰 도중 코피를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혹시 갚아야할 빚이 있는지 오해받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코피 흘린 거 진짜 창피해요. 빚 없습니다. (웃음) 작품 활동은 소속사가 아닌 온전히 제 뜻으로 이뤄지는 부분이에요. ‘엄마의 정원’ 때는 몸은 힘들어도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죠. ‘육룡이 나르샤’를 하면서는 워낙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니 시간적으로 오히려 여유가 있었고요. 비록 코피는 흘렸지만요? (하하) 연기적인 갈증을 새로운 작품으로 풀고 싶어서 끊임없이 활동을 했었어요. 하지만 ‘육룡이 나르샤’와 ‘국수의 신’을 통해 비슷한 역할을 연달아 하니까 연기자로서 집중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지쳤어요.”

정유미는 연기 갈증을 새로운 영역, 무대에서 찾고 있었다. 그는 “연기적으로 소모되는 걸 줄이기 위해 무대에 서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래 실력이 부족해서 뮤지컬은 무리지만 변요한이 출연한 뮤지컬 ‘헤드윅’ 보고 대리만족했어요. 그 친구처럼 무대에서 갈증을 해소하고 다시 에너지를 받고 싶었죠. 연극영화를 전공하긴 했지만 아직 무대는 제겐 미지의 세계 같아요.”



작품을 통해 똑부러진 이미지를 만들어온 정유미는 “풀어지고 싶다”고 변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며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늘 진중하고 의미심장하고 단단한 느낌을 줬어요. 제 원래 성격은 헐랭이고 털털하거든요. 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니 어느 순간 연기할 때 답답해지더라고요. 풀어진 모습, 망가져도 되고 술 마시고 주사 부리는 연기도 해보고 싶습니다. 저 술 마시면 어떻게 변하냐고요? 워낙 밝은 성격인데 더 밝아지고 해맑아지고 무엇보다 말이 많아져요.(웃음) 본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스타캠프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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