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장 연임이 유력한 정몽규 전 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도 출마했다. 9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치러질 이번 선거에서 정 전 회장은 남자 후보 5명 중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스포츠동아DB
국제축구외교 무대 진입 기회
정몽규(54) 전 회장이 21일 치러지는 제53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사실상 연임이 확정적이다. 정 전 회장은 2013년 1월 제52대 회장에 취임한 이후 3년 6개월간 한국축구의 행정을 총괄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의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내년 국내에 유치하는 등 대내외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비전 해트트릭 2033’을 통해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한 장기 로드맵도 마련했고, 축구계 화합도 이뤄내는 등 무난하게 축구계를 이끌어왔다. 제52대 회장 선거 때는 출마자가 무려 4명이나 됐지만, 이번에는 정 전 회장 홀로 출마했다는 사실에서도 그에 대한 축구계의 평가와 기대가 긍정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내년 6월 U-20 월드컵을 마치면 한국은 FIFA가 주관하는 4대 메이저 남자대회(월드컵·컨페더레이션스컵·U-20 월드컵·U-17 월드컵)를 모두 개최하는 몇 안 되는 국가가 된다. 이처럼 국제축구계에서 한국은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축구외교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편이다.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2011년 FIFA 부회장 선거에서 5선에 실패한 뒤 한국은 국제축구계의 최고기관이라 할 수 있는 FIFA의 행정에서 소외됐다.
정몽규 전 회장은 지난달 FIFA 평의회 위원 출마를 선언하고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후보 등록을 마쳤다. FIFA 평의회는 새롭게 구성된 FIFA의 최고집행기구다. 올 2월 정관 개정을 통해 기존 집행위원회에서 평의회로 명칭이 변경됐고, 인원도 대폭 늘었다. 회장, 부회장을 포함한 기존 집행위원 25명 외에 12명을 새로 선출해 총 37명이 4년 임기의 평의회를 구성한다. 37명 중 아시아 몫은 7명으로, 기존 집행위원 4명 외에 3명(남자 2·여자 1명)을 추가 선출할 평의회 위원 선거는 9월 27일 AFC 총회에서 치러진다. 대륙별 평의회 위원에는 반드시 여성 1명이 포함돼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정 전 회장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남자 후보 5명 중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AFC의 FIFA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마했다. 47개 AFC 회원국 중 40 개국을 방문하는 등 직접 발로 뛰었지만, 견고한 ‘중동 카르텔’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다행히 올해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한결 낫다. 정 전 회장은 3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FIFA 평의회 위원 후보로 추대됐다. EAFF 회원국은 10개국이다. 축구외교로 볼 때 ‘가깝고도 먼 나라’였던 중국, 일본, 북한의 지지를 얻어낸 것은 무엇보다 큰 힘이다. 다행스럽게도 철옹성 같던 ‘중동 카르텔’에도 균열 조짐이 보이고, 그동안 우리와 소원했던 세이크 살만 AFC 회장과의 관계도 개선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축구계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때마다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단독 출마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경쟁체제보다 못 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전례를 떠올리면 다행스러운 결과란 생각도 든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힘을 비축한 정 전 회장이 더욱 치밀하게 준비해 9월 AFC 총회에서 성과를 거두길 기대해본다. 정 전 회장의 FIFA 평의회 위원 도전은 한국축구가 다시 국제축구외교 무대의 중심으로 진입할 절호의 기회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