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처음 출전한 디오픈을 이틀만에 마무리했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많은 걸 배우는 시간이었고 목표를 더욱 확실하게 갖는 계기가 됐다. 디오픈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클럽하우스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사진제공 | 이상희
투어 6년차 이상희(24)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디오픈(The Open) 무대에 섰다. 지난 5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미즈노오픈 공동 2위를 기록해 출전 기회를 잡았다. KPGA 투어 최연소 우승(2011년 NH농협오픈·19세6개월10일), 통산 3승을 기록한 이상희가 첫 디오픈 출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마지막 18번홀 경기를 끝내고 이틀 동안 함께 경기를 펼친 선수들과 악수를 나눴다. 나의 첫 디오픈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너무나도 아쉬웠다. 로열 트룬 골프장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만해도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했다. 공항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고 골프백이 늦게 도착하는 불운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디오픈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의 벅찬 감정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첫날 좋은 출발을 보여 기대가 컸다. 1번과 2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면서 화끈한 디오픈 신고식을 했다. 4번홀에서도 다시 버디를 잡아내 자신감이 넘쳤다. 8번홀은 기억에 남는다. ‘포스티지 스탬프(우표딱지)’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이 홀은 거리가 120야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어떤 홀보다 어렵기로 유명하다. 그린은 손바닥만하고, 앞에는 어마어마하게 공포감을 주는 벙커가 자리하고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 때는 5번 아이언으로 쳐도 온 그린이 쉽지 않을 정도라는 말을 들었다.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경기한 덕분인지 이 홀에서 파를 기록했다. 그러나 후반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디오픈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경험했다. 티샷이 흔들리면 공은 어김없이 깊은 러프로 들어갔다. 심한 곳은 무릎까지 차오를 정도였다. 디오픈을 두고 악몽 같은 코스라고 말하는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후반 들어선 강풍까지 불어오면서 더 힘든 경기를 해야만 했다. 보기 3개, 더블보기도 하나 적어내면서 아쉽게 첫날을 2오버파로 끝냈다.
1라운드 경기를 일찍 마친 뒤 가볍게 점심식사를 하고 곧장 드라이빙 레인지로 향했다. 바람에 대비해 공을 낮게 칠 수 있는 연습을 하면서 2라운드를 대비했다.
2라운드는 오후 경기다. 오전보다 바람이 더 강해졌다. 살짝 마음의 부담이 있었지만 긴장되지는 않았다. 아쉽게 이날은 버디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 초반 6개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지 못하다가 7번홀에서 보기를 했다. 이후로도 경기는 뜻대로 풀어가지 못했다. 결국 7오버파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면서 이틀 만에 디오픈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디오픈을 통해 더 확실한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됐다.
나의 디오픈은 이틀로 끝이 났다. 그러나 경기는 계속됐다. 우승 경쟁 역시 더 치열해져 가고 있다. 3라운드가 시작되는 날, 나는 다시 골프백을 메고 코스로 나갔다. 월요일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라서 이곳에서 이틀을 더 머물러야 했다. 그냥 쉴 수도 있었지만 연습을 하기 위해 다시 클럽을 꺼내들었다. 이제 디오픈의 감동도 하나씩 정리할 시간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