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희생으로 쓴 23G 연속무패

입력 2016-08-01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북현대 모터스. 스포츠동아DB

김형일·조성환 등 탄탄한 뒷문 구축
이재성·김보경 등 완벽적응 분위기 업

패해도, 비겨도 도마 위에 오른다. 이겨도 마찬가지다. 경기력이 화두가 된다. 강자의 숙명이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가 그렇다. 그러나 요즘은 딱히 꼬집을 대목이 없다.

전북이 K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다.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광주FC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3라운드 홈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최근 5연승과 함께 14승9무(승점 51)로 가장 먼저 승점 50점 고지를 돌파했다. 자신들이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2시즌에 걸쳐 세운 22경기 연속무패(17승5무)의 종전 기록을 넘어 새 역사를 만들었다. 23경기 연속무패는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기록이다. 다른 프로 종목에선 SK(22연승·야구), 모비스(17연승·남자농구), 현대캐피탈(18연승·남자배구) 등이 가장 오랫동안 ‘지지 않은 팀’으로 남아있다.


사라진 적수

우승권 팀에는 한 가지 명확한 특징이 있다. 일단 약체는 확실히 잡는다. 강팀들을 상대로도 승점을 잘 관리한다. 그런 측면에서 시즌 초반 전북은 2% 부족했다. 꾸역꾸역 승점을 쌓으면서도 깔끔함이 없었다. 비기는 경기가 많았다. 상주상무, 인천 유나이티드 등 객관적 전력상 열세의 상대들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종료 직전 실점도 상당했다. 꾸준히 선두를 달리면서도 혹평이 많았던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30일 광주전에 앞서서도 전북은 포항 스틸러스(3-0·홈)∼제주 유나이티드(2-1·원정)∼FC서울(3-2·원정)∼울산현대(2-1·홈)를 상대로 4연승을 거뒀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강팀이나 라이벌들과 만날 때는 승점 3을 내주지만 않아도 괜찮은데, 최근 상위팀에 승점을 많이 빼앗았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2위권과의 격차도 크게 벌릴 수 있었다.

이날 광주전은 몹시 중요했다. 전북 입장에서 광주는 ‘지지만 않으면 되는 팀’이 아니라 ‘꼭 이겨야 할’ 상대였다. 역대전적 5승4무로 절대 우위였지만, 쉬운 적은 없었다. 올 시즌 앞선 2차례 만남에서도 모두 1-1로 비겼고, 후반 35분 이후 실점했다. 최 감독 역시 광주를 “까다롭고 불편한 팀”으로 표현했다. 아쉬움의 반복은 없었다. 이재성∼로페즈∼레오나르도의 후반 릴레이포로 내용과 결과 모두를 잡았다. 이재성은 “기록의 부담은 크지 않았다. 더 좋은 플레이가 절실했고, 지금 결실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완성된 전력

전북의 기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듯하다. 언제, 어디서나 이기는 팀이 됐다. 광주 남기일 감독은 “개인 성향이 짙던 이전과 달리 지금 전북은 팀플레이까지 좋다”고 칭찬했다.

고무적 사실은 내내 어수선했던 전열을 되돌린 점이다. 제주∼서울∼울산으로 이어진 라이벌들과의 3연전에 이어 광주전에서도 골 맛을 본 로페즈는 물론이고, 이종호와 김신욱 등 이적 멤버들도 무게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허벅지 근육을 다쳤던 이동국이 복귀했고, 1년 만에 컴백한 에두까지 가세해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 기조를 더욱 공고히 했다.

묵묵히 희생하는 베테랑들도 빼놓을 수 없다. 시련을 딛고 일어선 중앙수비수 콤비가 반갑다.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빈즈엉(베트남) 원정에서 뼈아픈 실책을 범한 김형일이 안정을 되찾았고, 고질적 부상을 털어낸 조성환이 탄탄한 뒷문을 구축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는 공격 성향이 강한 이재성, 김보경이 번갈아 맡던 1차 저지선 역할을 헌신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각자가 제 위치를 찾으면서 확실한 로테이션이 가능해졌고, 혼란도 사라졌다. 최강희 감독은 “영입생들의 적응기가 끝났고, 고참들이 살아났다. 분위기와 자신감이 올라왔음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