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류현진과 타일러 스캑스의 다른 재활과정

입력 2016-08-01 09: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A다저스 류현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부상을 당한 선수가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을 일컬어 재활이라고 한다. 영어 표현인 ‘rehabilitation’은 접두사 ‘re(다시)’와 어근 ‘habilis(적합한·fit)’, 접미사 ‘~ation(~으로 하는 것)’으로 구성된 것으로 신체적 측면뿐만 아니라 감각적·정신적 회복까지 포함된 말이다.

시속 150㎞ 안팎의 빠른 볼을 지속적으로 던져야 하는 투수들에게 팔꿈치나 어깨 부상은 매우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팔꿈치인대접합 수술은 보통 1년 정도 재활 과정이 필요하다. 어깨 수술은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팔꿈치 수술보다 더 긴 재활 과정이 요구된다. 큰 부상을 경험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수술을 하는 것보다 재활 과정이 더욱 힘든 것이라 입을 모은다.

LA 다저스 류현진(29)은 7월8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전에 선발등판했다. 무려 640일 만에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하지만 결과는 4.2이닝 6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첫 번째 등판치곤 구위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또 다시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문제는 두 번째 선발등판까지 13일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전 등판이 전격 취소됐다는 점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올 시즌 다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언급했지만 립서비스일 가능성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디비전 우승을 놓고 하루하루 피 말리는 접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완벽한 몸 상태를 갖추지 못한 류현진에게 지속적으로 선발등판 기회를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팔꿈치 건염이 부상자명단에 등재된 이유지만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로버츠 감독의 말에 의하면 아직 공도 만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류현진의 올 시즌 내 복귀가 힘들 수도 있다.

LA 에인절스 타일러 스캑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지난달 27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홈구장 카프먼스타디움. LA 에인절스의 타일러 스캑스(25)가 마운드에 올랐다. 좌완 유망주 투수 스캑스가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전한 것은 2014년 8월1일. 무려 726일 만의 등판이었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0번으로 에인절스에 지명된 스캑스는 팔꿈치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드래프트 동기들 중 스티븐 스트라스버그(1번), 마이트 트라웃(25번), 놀란 아레나도(59번), 카일 시거(82번), 윌 마이어스(91번), 댈러스 카이클(221번), 폴 골드슈미트(246번), 맷 카펜터(399번), 트레버 로즌솔(639번) 등 슈퍼스타 대열에 오른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스캑스는 복귀전 상대인 로열스의 1번타자 알시데스 에스코바르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 볼넷은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스캑스가 내준 유일한 프리패스였다. 최고구속 153㎞의 직구와 자신의 주무기인 커브를 앞세워 단 3개의 안타만을 맞은 스캑스는 무실점으로 생애 9번째 승리를 챙겼다. LA에서 응원을 온 부모님, 여동생, 여자친구에게 값진 선물은 선사한 스캑스는 내년 시즌을 기약하는 에인절스 마운드의 주축임을 입증시켰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르기 전 스캑스는 마이너리그에서 모두 9경기에 등판했다. 39.1이닝을 던져 무려 53개의 삼진을 잡으며 완벽한 몸 상태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특히 가장 최근 트리플A 두 경기는 압도적이었다. 12.1이닝 동안 단 2안타만을 맞으며 26개의 삼진을 잡아낸 것. 특히 오마하전에서는 14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제러드 위버가 보유하고 있던 솔트레이크 팀 내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선수마다 재활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다르다. 메이저리그 등판까지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스캑스처럼 매 경기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모의고사는 대충보고 본고사에서 만점을 받기를 원하는 것은 무리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류현진이 다시 재활 경기에 나선다면 스캑스처럼 마이너리그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류현진이 다시 현역 로스터에서 빠지게 된 것은 복귀전 부진도 있지만 재활등판 결과가 대부분 좋지 못했기 때문에 감독의 신뢰를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 루키시즌부터 2년 연속 14승씩을 따내며 리그 최강의 3선발로 명성을 떨쳤던 과거는 이제 뒤로 하고 처음 빅리그에 데뷔했던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