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애 “달수 오빠와 모닝맥주 지옥촬영 버틸 만했죠”

입력 2016-08-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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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수애.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영화 국가대표 ‘수애’

악으로 버틴 현장…여배우이길 포기
촬영 마치자마자 유럽여행으로 힐링

사실 별다른 뜻 없는 질문이었다. 배우 수애(37)에게 요즘 즐겨보는 예능프로그램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뜻밖이다. 래퍼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쇼 미 더 머니5’를 곧장 꺼냈다. 심지어 “모든 회를 챙겨봤다”며 “우승자 비와이의 열정을 응원하는 팬”이라고도 했다.

수애는 아직 보여줄 매력이 더 많은 배우다. ‘나 홀로 여행족’이라는 사실도 그 중 하나다. 여배우들은 보통 가까운 스태프와 동행해 여행을 떠나지만 수애는 다르다. 5∼6년 전부터 시작한 취미가 “혼자 여행”이다.

실제로 수애가 들려준 가장 최근의 ‘여행기’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드라마틱하다. 올해 2월, 수애는 2주간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이탈리아 로마와 나폴리, 카프리 지역을 찾았다. “기차로 이동한 시간을 빼면 전부 구글 지도를 이용해 혼자 걷는 여행이었다”고 했다.

“카프리에서 높은 지역에 올랐다 내려오는 도중 길을 잃었다. 뒤따라오는 자동차들이 ‘빵빵’ 대는 통에 나중엔 화가 날 지경이었다. 마침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외국인 여성을 만났다. 그는 자신을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했다.”

여행에서 만난 낯선 여성은 수애를 현지인만 아는 작은 수영장으로 이끌었다. 수영복이 없다는 수애에게 배낭을 열어 비키니를 빌려주기까지 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비키니를 얻어 입었다. 하하! 묘한 해방감, 일탈을 느꼈다. 내가 휴대전화로 열심히 사진 찍는 걸 보더니, 그 친구가 큰 카메라를 꺼내 내 모습을 찍더라.”

그제야 수애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을 더는 숨길 수 없었다. “사진은 마음껏 찍어도 좋지만 SNS에는 올리지 말아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혹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웃음)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도 여행을 잘 하기 위해서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 모르는 음식을 먹기까지, 이제 두려움은 없다. 여행의 기술이 생겼다고 여긴다.”

배우 수애.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수애에게 여행은 완벽한 충전의 시간이다. 최근의 유럽여행 역시 영화 ‘국가대표2 (감독 김종현·제작 KM컬쳐)’ 촬영을 마치자마자 떠났다.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다.

“스포츠 영화이고 ‘국가대표’라는 타이틀까지 가진 역할이다. 치열해야 했다. 매 촬영이 한계였다. 감정을 표출하는 연기라면 열 번이고 다시 하겠지만 체력전은 분명 한계가 있으니, ‘악’으로 버텼다.”

10일 개봉하는 영화는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급조’된 여성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이야기. 수애는 북한 출신으로 아픈 사연까지 지닌 아이스하키 선수다. 오연서, 김슬기, 김예원, 하재숙 등 여러 여배우와 어우러졌다. 수애는 “첫 촬영부터 갯벌에서 굴러서인지 더 예뻐 보이겠다는 욕심은 처음부터 버렸다”고 했다. “그렇게 상대 배우들과 팀워크를 만드는 방법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영화 ‘님은 먼 곳에’ 촬영 때는 이준익 감독님께 의지했고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는 동갑인 (조)승우씨에게 의지했다. 그러다 ‘감기’에서 만난 유해진, 장혁 선배로부터 ‘다 같이 힘을 합하면 된다’는 말을 들고, 용기를 얻었다. 선배들과 동이 틀 무렵까지 술을 마신 기억, 그때 향기가 생생하다.”

수애가 ‘국가대표2’에서 새로 사귄 ‘절친’은 배우 오달수다. 수애는 그를 “오빠”라고 부른다. “오빠는 모닝소주를, 나는 모닝맥주를 마셨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무조건 오빠를 따라 아침술을 함께 했다. 하하!” 수애는 비로소 동료들과 편하게 어울리는 법을 배운 듯 보였다.


수애는 누구?


1979년 9월16일생. 고등학교 졸업 뒤 가수를 준비하다 연기자로 방향을 바꿔 1999년 KBS 2TV 드라마 ‘학교2’로 데뷔. 아직 신인이던 2003년 MBC ‘러브레터’의 주인공으로 파격 발탁되면서 스타덤. 2004년 ‘가족’으로 스크린 진출. 2011년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여주인공을 연기해 호평. 스릴러 ‘심야의 FM’, 재난 블록버스터 ‘감기’를 통해서도 연기 변신을 거듭해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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