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지아 리우] 양변기 고장에도 무대책 이젠 마음을 비우렵니다

입력 2016-08-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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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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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앉은 독일 기자는
무너진 침대에 찬물 샤워
제 방 형편이 훨씬 낫네요

똑같은 말을 반복한지도 벌써 3번째입니다. 그 때마다 역시 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꼭 해결해줄게.” 오늘 아침에는 말이 조금 달라지더군요. “네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알고 있어. 오늘 사람이 와서 네 집이랑 다른 집 전체의 상태를 챙겨볼 거야.”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어디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지면이 주어졌으니 한 마디 하려고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기간 중 머물 숙소의 화장실 양변기를 고치는 일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물을 내리면 다시 차오르지 않자, 일단 급한 대로 세면대 수도꼭지를 고무관으로 연결해 물을 채워주는 일을 반복한답니다. 고무관은 어디서 구했냐고요? 물론 직접 돈 주고 구입했습니다.

긴 휴가를 떠난 현지인의 주택을 빌린 것도, 허름한 호스텔에 머무는 것도 아닌데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정성 들여 새로 지었다는 미디어 빌리지에 여장을 풀었는데도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영 바뀌지 않는 상황에 웃음이 나와 몸을 살짝 뒤로 젖혔더니, 이번에는 휴지걸이가 툭 부러지네요. 이제는 휴지를 걸어둘 곳도 사라졌습니다.

이쯤 되고 보니 과거에 했던 이야기를 후회하게 됐습니다. 올림픽을 앞둔 브라질에서 이런저런 나쁜 이야기들이 끊이질 않을 때, 그래서 지인들이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2년 전 브라질월드컵 취재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곳 사람들도 잘 살더라. 브라질 사람도 외계인이 아니다”고 말했거든요. 솔직히 올림픽도 문제없고, 괜찮으리라고 자위했었습니다.

그런데 양변기 수리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해결해주지 못하는 이 사람들이 조금씩 얄미워집니다. 아,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하네요. 오늘에야 사람이 온다면, 지난 이틀은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는 의미가 맞지 않습니까?

이제는 마음을 비우렵니다. (믿기도 어렵고) 사람이 왔어도 바뀌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곳에서의 “괜찮다”는 의미는 ‘바뀌지 않아’로 해석하면 되니까요. 미디어센터 옆자리에 앉은 독일 기자가 말합니다. “난 침대가 주저앉았어. 보일러에 문제가 생겼는지 열흘째 찬물 샤워를 해. 가끔 양변기 물이 흘러나오는데도 고쳐주지 않아. 숙소 화장실은 이제 사용하지 않아! 볼일은 이곳(미디어센터 화장실)에서 해결해.” 절로 쓴웃음이 나옵니다. 적어도 따뜻하게 샤워할 수 있는 제 방은 훨씬 나은 형편이니까요.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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