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주형. 스포츠동아DB
이제 혼자가 아닌 셋이다. 어느덧 프로 13년차, 2004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언제까지 유망주 소리만 듣고 있을 수는 없었다. 시즌을 앞두고는 유격수 전환까지 시도했다. 출장 기회를 위해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했다.
김주형은 4일 광주 한화전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터뜨렸다. 최근 출장기회가 들쭉날쭉해지면서 벤치를 오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12년 동안 해내지 못한 두 자릿수 홈런을 해냈다. 타격감이 일시적인 것도 아니다. 이튿날인 5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멀티 홈런으로 시즌 11, 12호를 때려냈다.
내야는 물론, 외야까지 오가면서 고군분투중이다. 팀이 치른 103경기 중 벌써 95경기에 나섰다. 지난해 기록한 한 시즌 최다 출장 기록(94경기)을 뛰어 넘었다.
10일 잠실 두산전은 그의 올 시즌 95번째 경기였다. 그를 둘러싼 껍질을 다 깨트린 날, 김주형은 5타수 4안타 2타점으로 펄펄 날며 팀의 12-4 승리를 이끌었다. 7회 대거 6득점하기 전까진 1회와 3회, 결정적일 때 그가 터뜨린 적시 2루타 2방이 컸다.
김주형의 4안타 경기는 개인 통산 2번째였다. 2011년 4월9일, 그때도 잠실 두산전이었다. 경기 후 만난 그는 “4안타 경기가 오늘이 처음인 줄 알았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5일 경기에서 터뜨린 시즌 11호 홈런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데뷔 후 처음 오른쪽으로 날린 홈런이기 때문이다. 우타자인 그가 그동안 잡아당기는 타격만 했다면, 이젠 밀어쳐 장타를 만들어내는 방법까지 알아낸 것이다.
김주형은 “최근 감이 좋은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간결한 스윙으로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 지금 스윙으로 장타, 그것도 오른쪽으로도 좋은 타구가 나온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변화가 절실했던 그에게 온 진짜 변화. 절박함 속에서 스스로 껍질을 깨뜨렸기에 김주형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 더욱 반갑다.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