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첫 승’ 유일의 태극복서 함상명, “16강도 죽을 각오로!”

입력 2016-08-12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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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명(21·용인대).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절대 쓰러지지 말자! 기왕 왔으니 죽을 때까지 버티자!”

점점 체력이 고갈되고 있었다. 평소보다 배는 긴장했다. 이를 악물었다. 사력을 다했고, 끝까지 버텼다. 그리고 이겼다.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센트로 6관에서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복싱 남자 56kg급 32강전. 함상명(21·용인대)은 이 체급 ‘강호’ 빅토르 로드리게스(베네수엘라)를 만나 2-1 판정승했다.

너무 갑작스레 주어진 올림픽 티켓. 제대로 준비할 틈이 없었다. 3월 아시아선발전~6월 아제르바이잔 월드쿼터대회~7월 베네수엘라 APB(AIBA프로복싱)/WSB(월드시리즈복싱) 자체 올림픽 선발전에서도 무너졌다. 마음을 비우고 있을 때, 누군가 올림픽 티켓을 포기해 ‘쿼터 재분배’가 이뤄졌고, 대상이 자신으로 정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다시 이어진 태릉선수촌에서의 혹독한 훈련. 1988서울올림픽 우승자 출신의 복싱대표팀 박시헌 감독은 쉴 새 없이 제자를 독려했다. “너마저 쓰러지면 안 된다. 네가 마지막 희망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4차례 이어지는 맹훈련이 끝나면 녹초가 되기 일쑤. 너무 피곤해 잠들지 못하는 밤이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대한민국 선수단이 전세기편으로 브라질로 이동할 때도, 출국 3시간 전에야 간신히 잠에서 깼다. 무려 18시간이나 숙면을 취하면서 하마터면 비행기 탑승을 하지 못할 뻔 했다. 그만큼 피곤했다.

그러나 맹훈련의 효과가 있었다. 다시 몸이 만들어졌고, 감이 돌아왔다. 어렵게 얻은 리우올림픽 첫 무대. 함상명은 링에 오르기 전 관중석을 먼저 바라봤다. 수많은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뭉클했다. “절 응원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이 오셨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박 감독은 3분씩 3라운드에 맞춰 힘을 배분하던 기존의 올림픽 쿼터대회와 완전히 다른 전략을 짰다. 1라운드 초반 승부가 갈린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몰아치도록 주문했다. 작전이 통했다. 전형적인 인파이터 함상명에 아웃복서 스타일의 로드리게스는 분명 까다로운 상대였지만 자꾸 안으로 파고 들어오는 걸 느꼈다. 솔직히 버겁긴 했다. 1라운드 때는 거친 호흡에 마우스피스가 빠지기도 했고, 힘의 복싱을 하는 로드리게스와 계속 부딪히면서 체력이 3라운드 초반부터 떨어졌다. 그러나 유효타가 많았다. 상대의 펀치 빈도는 많았지만 함상명의 가드에 계속 걸렸다. 박 감독은 힘들어하는 제자가 라운드 중간 휴식을 위해 코너로 돌아올 때마다 한껏 꼬집으며 정신을 되살리도록 했다.

그렇게 돌아온 꿈의 올림픽 출전, 그리고 첫 승. 하지만 함상명은 만족스럽지 않다. 애써 웃으면서도 “이렇게 이길 바에는 차라리 지는 게 낫다”는 소감을 전할 정도였다. 물론 기회가 또 있다. 1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16강전이다. 기적처럼 얻은 올림픽의 소중한 기회를 초반에 끝내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더욱이 상대는 2014인천아시안게임 결승에서도 겨룬 장자웨이(중국). APB 랭킹 1위의 강호다. 당시 장자웨이에 승리하며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 함상명은 “아시안게임 결승도 솔직히 오늘처럼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때의 아쉬움을 극복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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