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 열린 영화 ‘최악의 하루’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김종관 감독을 비롯해 한예리 권율 이희준 그리고 이와세 료가 참석해 취재진을 만났다.
‘최악의 하루’는 최선을 다했지만 최악의 상황에 빠져버린 여주인공 은희(한예리)와 그녀를 둘러싼 세 남자들의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김종관 감독은 “‘최악의 하루’는 적은 예산과 회차의 영화다. 심플한 구성으로 만들 수 있는 영화를 생각했다. 남산 산책로와 경복궁 일대를 주무대로 했다. 서촌은 내가 5년 전부터 사는 동네고 평소 산책로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캐릭터 코미디를 쓰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은 관계 속에서 하나의 성격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이중적 삼중적인 면이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만나면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이지만 현오(권율)와 은희는 어릴 때의 연인 같은 느낌이 있다. 운철(이희준)과 은희는 좀 더 농익었지만 비겁한 연애를 하면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관계다. 더불어 료헤이(이와세 료)와 은희는 서로 통하는 게 있는 관계를 묘사하려고 했다. 그 안에서 재미를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종관 감독은 “나 또한 과거에 은희였던 적이 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김 감독은 자신을 이입할 정도로 중요한 은희 역에 왜 한예리를 캐스팅했을까.
김종관 감독은 “은희는 여러 관계 속에서 성격이 바뀐다. 이 역할을 밝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하면 캐릭터가 일차원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근조근한 말투를 쓰고 차분한 인상을 지닌 배우가 이런 역할을 맡으면 재밌는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었다”고 한예리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한예리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은희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거짓말을 소재로 얽히고설키는 사건이 일어나는 점이 재밌었다. 세 남자를 만날 때 변하는 은희의 모습도 재밌었다”며 “감독님이 ‘내가 연기하면 좀 더 재밌고 의뭉스러울 수 있다’고 하더라.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까 굳이 왜 나를 캐스팅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은희가 지금 만나는 남자 현오를 연기한 권율은 “김종관 감독의 팬이었다. 감독님이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게 연출하는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남산도 서촌도 좋아한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배경이 아름답게 그려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각자 다른 캐릭터의 남자들이 한 여자를 두고 벌어지는 일들이 재밌었다. 감독님의 이미지화와 연출에 기대가 됐기 때문에 함께했다”고 출연 이유를 언급했다. 더불어 현오의 매력에 대해서는 “주체할 수 없는 종이 한 장의 매력”이라고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은희와 전에 만났던 남자 운철은 이희준이 열연했다. 특별출연이지만 결코 특별출연이 아닌 듯한 비중의 이희준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정말 하고 싶었다. 사무실에 이야기 하니까 찍고 있는 영화 때문에 시간이 없다더라. 3일만 시간을 내면 됐기에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었다”며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었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인데 위트 있고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영화를 오늘 처음 봤는데 재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운철은 멜로 영화에서 희대의 악역이 아닐까 싶다. 대본 속 남자를 보는데 남자가 생각해도 진상일 정도였다. 대표해서 연기해보자는 마음으로 진상을 연기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은희의 곁에는 현오와 운철뿐 아니라 우연히 만난 일본인 작가 료헤이도 등장한다. 료헤이를 맡은 일본 배우 이와세 료는 “시나리오를 처음에 읽고 나서 영화 속 모든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어떤 캐릭터든 재밌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며 “다른 두 남자와 내가 맡은 캐릭터의 포지션이 다르다고 느꼈다. 이 역할을 연기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은희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들의 얽히고설킨 복잡미묘한 관계를 지루하지 않게 그린 감성 로맨스 영화 ‘최악의 하루’는 8월 25일 관객들을 만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