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작별 마르테가 남긴 것들

입력 2016-09-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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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외국인타자 앤디 마르테(왼쪽)가 4일 수원 LG전에 앞서 팬과 선수단과 작별을 고한 가운데 윤요섭과 포옹을 하고 있다. 허리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조기에 마감해 귀국을 앞두고 작별인사를 했다. 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015년 1월 16일, kt선수단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로 떠났다. 새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33)는 놀랍게도 그날 인천공항에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7시즌을 뛴 커리어, 2000년 18세의 나이로 애틀랜타에 입단했을 당시에는 당시 17세로 플로리다와 계약한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와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로 꼽혔던 타자. 여유를 부리며 느긋하게 일본 캠프로 곧장 합류하리라 예상했지만 미리 한국으로 들어와 모든 일정을 국내 선수와 함께했다. 지난해 kt에서 한 시즌을 마르테와 함께 한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은 “지금까지 본 외국인 선수 중 마르테의 인성이 최고였다”고 했다.

4일 수원 kt위즈파크. LG전을 앞두고 사복 차림의 마르테가 1루 응원단에 올랐다. 앞서 마르테는 직접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팬들 앞에서 마르테는 환하게 웃었지만 눈시울은 이미 붉어졌다. 그리고 “당신들은 세계 최고의 야구팬이다. 빨리 건강을 되찾아 열심히 훈련한 뒤 다시 만나고 싶다”며 울먹였다.

마르테는 허리 부상으로 지난달 22일 수원 바로본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시즌을 조기에 마쳤다. 그리고 7일 도미니카공화국행 비행기를 끊었다. 마르테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내년시즌 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다.

마르테는 “고향 집에서 재활을 열심히 한 후 도미니카 윈터리그로 복귀해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팀만 허락해준다면 kt에서 커리어를 마치고 싶다. kt는 가족 같은 팀이다. 팬들도 대단하다. 우리는 많은 경기에서 패했지만 항상 아낌없이 격려해줬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모두 친절했고, 특히 우리 가족들에게 매우 친절했다. 잊지 못한다”며 “부상 때문에 시즌을 끝까지 마치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마르테는 지난해 115경기에서 148안타 20홈런 타율 0.348, OPS 0.973의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올해는 허리 부상 속에 91경기 86안타 22홈런 타율 0.265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한번도 불평하지 않는 성실함, 특히 프로야구선수로 스스로 품격을 지키고자 그라운드 안팎에서 항상 노력하는 점 등 지난 2년 동안 kt의 젊은 선수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선물을 안기고 떠나게 됐다.

수원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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