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달의연인’, 지나친 배려는 작품에 해로울 수 있다

입력 2016-09-07 08:3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BS 월화드라마 ‘달의연인-보보경심:려’ (이하 ‘달의연인’)이 온, 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줄기차게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 전 그토록 많은 홍보를 하고도 이렇게 실망을 안기기도 쉽지 않다.

오죽하면 “그 많은 제작비를 회식비로 쓴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첫 회가 방송된 지난달 29일 제작진과 모든 출연진은 목동이 아닌 적진(?)이나 다름없는 KBS 바로 앞에 모여 방송을 지켜봤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모양새만 보면 엄청난 자신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달의연인’은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보보경심’이 원작이라는 점,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와 이준기, 이지은(아이유), 강하늘을 비롯한 대세 배우들을 곳곳에 배치해 기대를 모았다.

또한 ‘달의연인’은 1, 2회 연속 방송, 1~3회 재편집 방송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시청자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이 작품은 동시간대 경쟁작인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MBC ‘몬스터’에 밀려 고전 중이다.

그렇다면 ‘달의연인’은 실제로 ‘구르미 그린 달빛’에 비하면 장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인가. 눈에 불을 켜고 찾으면(?) 단점만큼 장점도 분명한 작품이다.

우선 ‘달의연인’ 연출을 맡은 김규태 PD의 영상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이미 전작인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들을 드라마에서 구현해 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달의연인’에서도 다양한 캐릭터의 감정과 러브라인을 빼어난 영상미로 구현하고 있다. 특히 이준기(왕소 역)를 통해서는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액션신까지 보여줬다.


또한 이 작품은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를 빌렸지만 의외로 고려 초기의 역사적 사실을 잘 녹여냈다. 태조 왕건이 지방 호족들과의 연합을 위해 수많은 정략결혼을 하고 이후 발생한 황자들 간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달의연인’이라는 제목과 21세기의 여인이 고려 시대로 타임슬립을 했다는 설정 때문에 얼핏 여성 취향의 판타지 소설 같아 보이지만 역사적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 작품도 다른 사극과 마찬가지로 ‘역사가 스포일러’가 되는 나름 건실한 드라마인 것이다.

이런 매력적인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여준 ‘달의연인’은 해수를 둘러싼 러브라인과 황자들 간의 권력 다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상황이다. 확실하게 자신의 색을 보여줘도 모자란 시간에 진로 탐색을 하는 꼴이다.

지금 ‘달의연인’이 깨달아야 하는 것은 모든 등장인물들을 다 띄우기엔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모두가 고생해서 만든 작품이기에 다 분량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야 알겠지만 당장 시청률 수치를 보라. 이제 시청률 반등을 위해 버릴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를 버리고 가야 한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SBS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