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의 진심 “승리보다 현대캐피탈만의 배구를 추구”

입력 2016-09-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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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스피드배구로 화제가 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올해도 팀이 추구하는 색깔 있는 배구를 밀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사카(일본)|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최태웅(40) 감독은 일본 전훈의 유일한 휴일이었던 10일, 오사카 숙소에서 외출하려는데 옷이 몽땅 사라졌음을 알았다. 되짚어보니 9일 나고야에서 출발할 때, 그곳 숙소에 옷을 그대로 두고 버스에 탄 것이다. 9일 나고야를 출발하기 직전 가졌던 일본 제이텍트와 평가전이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든 데서 일이 시작됐다. 해법에 골몰하다보니 짐 정리는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10일 밤 오사카에서 추리닝 차림의 최 감독과 1시간이나 마주 앉을 수 있었던 것은 대화의 테마가 배구였기 때문일 것이다. 검증된 최 감독의 배구 내공이나 리더십을 굳이 또 묻고 싶진 않았다. 감독 최태웅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고 싶었던 자리였다. 결과 자체가 아니라 ‘왜 그 결과에 이르렀는지에 관한 객관적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탐구하려는 지점에서 최 감독의 ‘특별함’이 있었다.


-지난해 ‘스피드배구’가 잘됐다. 올해는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이 만만찮을 듯싶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사실 많지 않다. 물론 작년만큼 했으면 좋겠지만…. 우승이라는 목표를 팀 전체가 공유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내가 거기에 목매지 않겠다. 거기(승리)에만 초점을 맞추면 나부터 스트레스 받고, 팀 운영이 그쪽으로 치우친다. 그보다는 현대캐피탈이 추구하는 색깔 있는 배구, 행복한 배구를 선수들과 하고 싶다.”


-지도자에게 승리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만약 성적이 안 좋았으면 긍정적 마인드가 이 팀에 생겼을까’란 생각은 한다. 그러나 ‘진정성을 가지고 절실하게, 간절히 바라면 (승부를 초월한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믿는다. 현대캐피탈의 스피드배구가 매뉴얼이 나와 있는 것이 아니다. 정답이 없으니까 처음에 막막했다. 지난해 전반기를 3연패로 끝냈을 때 내가 조금 흔들렸다. 그때 코치들이 잡아줬다. ‘이럴 거면 왜 시작했느냐’고. 후반기부터는 선수들이 스피드배구를 이해하며 성적까지 나오더라.”


-결국 리더십은 선수들의 컨센서스를 끌어내는 기술일 것이다. 그 방법론에서 최 감독은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결국 설득이다. 배구 쪽 얘기를 전할 때는 숫자로 많이 얘기한다. 인성 쪽은 내 경험만으로 한계가 있으니 자극을 줄 수 있는 영상들을 수집한다. 그런 작업을 통해 대화가 진지해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더라.”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스포츠동아DB



-선수들이 바로 바뀌는 것이 보이니까 ‘최태웅 어록’이 더 회자되는 것 같다.

“진짜 아니라고 생각될 때는 말을 참는다. 그것만 빼곤 솔직하게 얘기하려고 한다. 그 진정성을 선수들이 알아주는 것 같다.”


-최 감독이 지향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있을 텐데?

“작년에는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올해는 그만큼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밀고 나갈 거다.”


-막상 잘 안 되면 선수들이 미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도자는 참는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한다. 외국인선수만 해도 그렇다.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너희들이 평가할 때, 작년의 오레올에 비해 올해 톤 밴 랭크벨트(이하 톤)한테 실망할 수도 있을 거다. 오레올처럼 기대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똑같이 대해줘라. 잘한다고 잘해주고 못한다고 못해주는 것은 현대캐피탈의 팀 문화가 아니다’라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움직이는 것 같다.

“맞다. (한참 뜸 들이더니) 코보컵까지 (톤의 가용폭과 신영석의 멀티포지션 범위 등을) 테스트해보겠다.”


-모든 선수의 세터화 등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얘기인가?

“처음엔 안 된다. 엉망이다. 그래도 기다리는 거다. 리베로 여오현 코치가 속공 토스를 올리는 것은 원래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연습이 쌓이면 순간적으로 경기에 나오는 것이다. ‘언젠가는 될 거야’,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느 순간 되어있다.”


-선수가 없으면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찾으려는 의지가 보인다.

“톤이 배구에 대한 센스가 좋다. 못하는 선수는 아닌데 공격이 약하다. 단 수비는 우리나라 톱3에 들어갈 것이다. 이 부분이 팀에 도움이 되도록 극대화시킬 것이다.”


-선수들의 장점을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선수들한테 어디에서 공격이 편한지 묻고, 시스템을 짜본다. 선수들이 잘하는 것은 극대화하려고 한다. 단점은 얘기 안한다. 훈련을 시킨다.”

오사카(일본)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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