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한국여자야구의 미래’ 김라경에게 길을 묻다

입력 2016-09-12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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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야구대표팀 김라경. 스포츠동아DB

김라경(16·계룡고)은 3일부터 11일까지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LG 후원 2016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여자야구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다. 대표팀 막내지만 시속 110㎞가 넘는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의 3개 구종을 던지는 에이스다. 리틀야구부터 시작해 대표팀 에이스로 성장한 김라경은 ‘한국여자야구의 미래’이자 성공 모델이다. 김라경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1승2패, 방어율 6.10의 성적을 거뒀다. 슈퍼라운드 진출이 걸린 쿠바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2.1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10일 슈퍼라운드 일본전(4이닝 6실점 5자책점)에선 투구수가 100개에 다다랐음에도 “더 던지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를 말린 건 이광환 대표팀 감독이었다. “투구수 90개를 넘긴 뒤 (김라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했다. 김라경은 ‘버틸 수 있다’고 했지만, 앞으로 한국여자야구를 이끌어갈 자산을 혹사시킬 수 없었다.” 이 감독의 설명이다.

여자야구대표팀 김라경. 스포츠동아DB



● 김라경이 말하는 ‘한국여자야구의 미래’

이 감독의 말대로 김라경은 여자야구를 이끌어갈 재목이다. 대회를 앞두고 그에게 많은 관심이 쏟아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어린 나이에 부담감이 컸을 터다. 이 감독도 “배운다는 생각으로 던지자”며 김라경을 다독였을 정도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니 한결 편안해졌다. “큰 경험이니 기분 좋게 던져보자고 마음먹었다. 일본전에서는 던지다 보니 투쟁심이 생겼다. 같은 야구선수인데 뒤질 것이 뭐가 있겠나.”

‘한국여자야구의 미래’라는 말의 의미를 물었다. 김라경은 “처음에는 내가 그런 말을 들어도 되나 싶었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여자야구가 활성화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런 말(한국여자야구의 미래)을 들어도 좋다. 더 많은 여자선수들이 그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여자야구대표팀 김라경. 스포츠동아DB



● 16세 소녀의 아쉬움과 깨달음

한국여자야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지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대회 대표팀 엔트리를 살펴보면 생업과 야구를 병행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김라경은 “남자야구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를 거쳐 프로선수가 된다. 야구선수가 직업이 된다”며 “그러나 여자야구는 아니다.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고, 지원도 풍족하지 않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선수가 나타나도 환경이 뒷받침돼야 성장할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대표팀 에이스의 말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많은 것을 깨달았다. 김라경은 “여자야구 불모지인 한국에서 이번 대회가 열린 것은 긍정적이다. 이번 대회를 발판삼아 여자야구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로는 타자의 배트에 맞혀 잡는 기술과 제구력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이 배웠고, 아직 ‘우물 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야구와 공부 둘 다 열심히 하겠다”고 외쳤다.

기장(부산)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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