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율 “패기만 있던 권세인 시절, 지금의 나를 만들었죠”

입력 2016-09-17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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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 권율의 본명은 권세인이다.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 위해 데뷔 후 이름을 바꾼 권율은 인터뷰를 통해 짧게나마 권세인을 추억했다. 권율에 따르면 권세인은 자신감만 넘친 막연했던 청년이었다. 방법을 몰라 조급해했었고 권세인을 몰라주는 세상을 탓하던 시절이다.

“‘시크릿’이란 책에서 본 글귀가 있어요. ‘생각하고 상상한대로 우주의 기운이 나를 향해 맞춰진다’는 말이었죠. 이름을 바꾸면서 스스로를 통제하게 됐어요. 권율이라는 이름이 주는 힘만큼이나 스스로에게 엄격해지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하죠. 그래서 개명 후 좋은 변화들이 생긴 것 같아요.”

권세인이 경험했던 시행착오는 권율을 성장하게 만든 자양분이었다. 권율은 조금 늦게 빛을 본 배우다. 2007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후 7년 만에 영화 ‘명량’(2014)으로 존재감을 보여줬고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2015) 이상우 역과 MBC 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 구해준 캐릭터로 밀크남(부드러운 남자를 뜻한다)의 정석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하지만 권율은 밀크남 이미지와 다르게 여자사람친구 하나 없고 별명 역시 1차원적인 ‘권세팔’일 정도로 상남자 인생을 살아왔다.

“밀크남... 제 어렸을 적 별명은 본명을 따서 만든 권세팔이었어요. 또 당시 걸프전이 이슈였을 때엔 ‘후세인’이라고 불리기도 했죠. 여사친이 없는 이유는 제 성향 자체가 남자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저는 여자를 좋아하는 보통의 남자랍니다.(웃음) 하지만 농구, 축구 같은 공놀이를 정말 사랑해요. 밤에는 남자 친구들과 모여서 유럽 축구를 보고, 때로는 스포츠 펍 같은 곳에 가서 맥주 한 잔씩 하면서 스포츠를 보죠. 그렇다보니 여자사람친구들과는 만나서 뭘하나요? (웃음) 아! 만일 EPL 모임에 가입된 여자사람친구라면 괜찮을 거 같아요.”

권율의 말을 듣다보니 그는 ‘식샤를 합시다2’(이하 ‘식샤2’) 이상우와 굉장히 흡사했다. 극 중 이상우처럼 겉으로는 젠틀하지만 실제로는 평범함의 극치인 반전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권율 역시 “‘식샤2’ 캐릭터와 닮은 점이 많다. 특히 나도 이상우처럼 집에서는 유니폼을 입고 스포츠 게임을 한다”고 덧붙였다.

권율은 자신과 똑 닮은 캐릭터를 선물했던 ‘식샤2’ 박준화 감독과 최근 ‘싸우자 귀신아’를 통해 재회했다. 특히 살기 느껴지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나타냈던 권율은 ‘싸우자 귀신아’에서 악귀에 씌어 살인을 저지르는 주혜성으로 분했다. 주혜성은 겉으로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교수로 극명한 이중성을 지녔다는 면에서 ‘식샤2' 캐릭터와 맥락을 같이 한다.

“박준화 감독님은 제 안에 있는 이중적인 부분을 잘 녹여내주세요. 주혜성까지의 이중성은 아니더라도 권율로서 저는 보기와는 다르게 개그 본능이 있긴 합니다. 장난끼, 호기심이 많고 드립이라고 하죠?(웃음) 드립을 많이 쳐요.”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악귀 씐 캐릭터지만 연민의 감정을 불어넣고 싶었던 그는 입꼬리 하나까지도 일일이 확인하며 연기를 했다.

“주혜성이 등장하면 극에 긴장감이 조성돼야했어요. 감독님과 기술적으로 모니터링을 많이 했죠. 씩 웃는 게 좋을지 턱을 들지 말지 등등 다양한 경우의 수 종합해서 적재적소에 얼굴을 썼습니다. 이 과정에서 거울을 보면서 여러 가지 표정을 연구했고 조금씩 캐릭터를 완성해갔어요. 저도 몰랐던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기회였죠.”

밀크남에서 악귀가 든 무서운 교수님으로 완벽 변신한 권율은 “이미지 변신이 전혀 두렵지 않다. 덜 무서워보일까봐 걱정됐다”며 “나는 연기를 잘 하고 싶을 뿐”이라고 도전에 대한 소망을 내비쳤다.

“배우로서 제 목표는 행복해지는 거예요. 먼 훗날의 꿈을 그려보자면 재능을 펼치지 못한 아티스트들을 도울 수 있는 멘토가 되는 걸 상상하곤 하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 선배 연기자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후배들에게 에너지를 얻어요. 같은 맥락에서 저 역시 나이가 들면 성장이 둔해지고 정체되는 시기를 맞이하겠죠? 서로 교감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의 순환 고리를 만들면 참 행복하겠다 싶어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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