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김대환 수사1팀장 “한 방에 어떻게 해보겠다는 심리가 가장 큰 문제”

입력 2016-09-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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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조5000억원대의 기업형 불법도박사이트와 일당을 적발·검거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사이버수사대의 김대환 수사1팀장. 김 팀장은 “인터넷 불법도박사이트에서 스포츠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스포츠팬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김진환 기자kwangshin@donga.com

■ 서울지방경찰청 김대환 수사1팀장

스포츠도박, 카지노 불법도박 규모와 비슷
해외서 서버 운영 대부분…국제 공조 필요
딸 수 없는 게임…손 대지 않는 게 최상책


지난 2월 서울지방경찰청은 1조5000억원대의 도박사이트를 제작·판매해오던 대규모 기업형 조직을 적발하는 쾌거를 거뒀다. 브리핑 장에서 세상에 만연한 한탕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사회를 좀먹는 불법 온라인도박사이트의 어두운 현실을 알린 사람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사이버수사대 수사1팀의 김대환(53) 팀장이었다. 김 팀장은 “스마트폰 실시간 베팅정보 앱과 연계되는 도박사이트를 개발·판매·운영하며 11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하는 등 조직적인 불법 도박사업을 벌여 온 관계자 총 6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스포츠도박을 비롯한 불법온라인도박들이 이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김 팀장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만났다.


- 사이버안전과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이버 범죄를 수사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인터넷도박은 물론 디도스 공격과 같은 해킹, 인터넷 명예훼손까지 전부 다룬다.”


- 인터넷 범죄 관련 업무를 맡은 지는 얼마나 되었나.

“올해로 13년이 됐다. 그 전에는 강력계 형사였다(웃음). 개인적으로 컴퓨터,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동료들이 수동식 타자기를 사용할 때 나는 PC를 개인적으로 구입해 조서를 썼다. 2시간 걸리는 일이 30분이면 되더라.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사이버테러대응센터로 발령이 났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김대환 수사1팀장.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1조5000억원대의 기업형 조직을 적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다.

“내가 맡은 사건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일명 ‘스텔스’로 알려진 F-22 랩터 전투기가 한 대에 3000억원이라고 하더라. 무려 스텔스기 5대 가격과 맞먹는 액수다. 도박사이트를 만들어서 검거가 되기까지 입·출금된 돈이 1조5000억원이다.”


- 불법스포츠도박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도박사이트라고 하면 카지노 사이트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포츠도박과 카지노사이트가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에 적발한 조직만 봐도 스포츠도박사이트가 34개로 카지노사이트(33개)보다 많다. 여기에 두 종목을 통합한 사이트가 7개였다.”


- 불법도박사이트들이 스포츠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

“과거에는 고스톱, 포커 등이 인기가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다 스포츠도박이다. 국내 프로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은 물론 해외 리그까지 스포츠는 종목도, 경기도 무궁무진하다. ‘아무개 투수가 등판해 첫 구가 스트라이크냐 볼이냐’를 놓고도 베팅이 이루어진다. 변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얘기다.”


- 불법도박사이트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

“불법도박사이트가 진화하는 만큼 수사기법도 진화했다. 초창기에는 국내에서 몰래 하는 정도였지만 적발사례가 늘어나면서 해외로 빠져나갔다. 해외에서 사이트를 운영하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김대환 수사1팀장.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적발이 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

“총책부터 상담원까지 모두 구속수사를 하게 된다. 종업원들도 단기 아르바이트 형식이 아니라 장기간 참여했다면 역시 구속수사 대상이다. 실형을 받게 된다.”


- 이용자들도 처벌을 받나.

“똑같이 처벌을 받는다. 조직을 검거하면 계좌추적을 통해 입금한 사람들의 리스트가 나오게 된다. 리스트를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불법온라인도박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액 이용자들은 특히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 주로 어떤 사람들이 불법인터넷도박에 빠져드나.

“남녀노소 전부다. 학생, 사업가, 직장인은 물론 가정주부들도 다수 눈에 띈다. 심지어 10대도 있다. 불법도박사이트는 사회에서 반드시 추방해야 할 악이다.”


- 범죄로 처벌대상임에도 불법도박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행심 때문이다. 인생을 ‘한 방’에 어떻게 해보겠다는 심리가 문제다. 불법도박사이트의 게시판을 보면 ‘오늘 얼마 땄다’는 식의 후기가 많이 올라온다. 전부 운영자나 아르바이트생이 올린 글이라고 보면 된다.”


- 불법도박사이트에 혹여 관심과 호기심을 가질 만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이 일을 하면서 불법도박사이트를 통해 돈을 딴 사람은 단 한 명도 못 봤다. 도박은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최상책이다. 불법도박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패가망신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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