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마무리 첫해 구원왕’ 김세현이 말하는 ‘변화’

입력 2016-10-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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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세현은 마무리를 맡은 첫 해인 올 시즌 구원왕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맹목적으로 던지던 자세에서 벗어나, 생각하고 연구하는 야구를 하는 선수로 진화했다. 창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세현(29)은 올 시즌 넥센이 자랑하는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4일까지 61경기에 등판해 2승36세이브, 방어율 2.64(61.1이닝 18자책점)를 기록했다. 부동의 마무리 손승락(롯데)의 이탈로 엄청난 변수가 됐던 뒷문을 걸어 잠근 데는 김세현의 공이 상당히 컸다. 8개의 블론세이브를 저질렀지만, 마무리투수를 맡은 첫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우리 팀은 아직 마무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김세현을 격려했다.

김세현은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쉽게 던지는 매력적인 자원이다. 그러나 2015시즌까진 “자기 공을 믿지 못한다”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특히 2014시즌까진 255삼진·238사사구의 수치가 말해주듯 불안한 제구 탓에 속을 썩였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15시즌 57경기(90.1이닝)에서 85삼진·35사사구를 기록하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고, 올해는 61.1이닝 동안 6개의 볼넷만 허용했다. 삼진은 8배 이상 많은 49개. 무조건 직구만 고집하지 않고, 종슬라이더를 적재적소에 섞어 던지면서 효과를 봤다. 4일 마산 NC전에서도 36세이브째를 따냈다. 일찌감치 올 시즌 구원왕을 확정했는데, 세이브 부문 2위 임정우(LG·27세이브)와 격차는 9개로 뒤집기는 불가능하다.

넥센 김세현. 스포츠동아DB



● 맹목적 투구는 안녕! ‘생각하는 투수’로 진화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우려 섞인 시선이 더 많았다. 4월2~3일 고척 롯데 2연전에서 2.1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면서 불안감을 키웠다. 그러나 4월6일 대전 한화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따낸 이후로는 승승장구했다. “네 직구 구위는 리그 최고”라고 격려한 손혁 투수코치와 염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믿음이 그를 바꿨다. 특히 6월24일 잠실 LG전에서 볼넷을 내주기 전까지 32연속경기 무사4구 행진을 이어가며 우려를 싹 지웠다. 오히려 염 감독이 “볼넷을 허용해도 된다”고 할 정도였다. 8월4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1점차 승부에서 그간 던지지 않았던 서클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솎아내며 세이브를 따냈다. 한순간에 확 좋아진 것이 아닌 차근차근 단계를 거치며 발전한 것이다. 김세현과 절친한 MBC스포츠+ 조용준 해설위원은 “(김)세현이가 좋은 구위를 지녔지만 마음이 여려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면서도 “처음부터 마무리에 욕심이 많았던 선수라 원하는 보직을 받고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돌아봤다.

야구를 대하는 김세현의 자세도 180도 달라졌다. 맹목적인 투구에서 탈피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하는 투수로 변했다. 투수에게 생각이 많은 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끊임없이 연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김세현은 없다. 김세현은 “과거에는 맹목적인 투구를 했다”며 “특정 선수에게 안타를 맞았다면, 그 다음에는 충분히 생각하고 맞붙어야 한다. 내 직구를 알고 치는 타자에게는 크게 맞을 수 있다는 부분을 항상 염두에 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구를) 못 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뭔가 되기 시작하면 스트레스가 아닌 생각하고 연구할 게 많아진다. 성적이 날수록 더 그렇다”고 했다.

넥센 김세현. 스포츠동아DB



● 버리는 공은 없다, 유인구라 불러다오

0B2S는 투수에게 매우 유리한 볼카운트다. 그러나 여기서 어떤 공을 던지느냐에 따라 타자와 승부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마냥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무의미한 공을 던질 수는 없다. 김세현도 ‘버리는 공’을 부정하는 투수다. 그는 “0B2S에서 완전히 빠지는 공이 아닌 유인구를 던져야 한다”며 “타자가 움찔할만한 공을 던지면서 노림수를 뺏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투구패턴이 만들어진다. 루킹삼진을 잡을 수 있도록 결정구를 스트라이크존에 꽉 차게 던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패턴이 일정해지고, 그러다 보면 타자에게 당한다”고 했다.

넥센 김세현. 스포츠동아DB



● 마무리로 첫 PS, 이미 준비완료!

넥센은 3위로 포스트시즌(PS)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김세현은 마무리투수로서 첫 PS무대를 밟을 준비를 마쳤다. 그는 “벌써 준비하고 있다”며 “다치지 않고, 좋은 리듬을 유지해야 한다. 큰 무대를 앞두고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하나의 기록이 남아있다. 김세현은 아직 올 시즌 단 1패도 당하지 않았다. 프로 출범 원년인 1982년부터 ‘무패 구원왕’은 2011년 삼성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유일했기에 의미가 큰 기록이다. 그러나 김세현은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일찌감치 시즌을 마치고 푹 쉰다면 모를까. 끝까지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름부터(개명 전 김영민) 마음가짐까지 모든 것을 바꾼 KBO리그 구원왕의 눈빛에 열정이 엿보였다.

마산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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