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이란 원정이다…테헤란 악몽 끊어라

입력 2016-10-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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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대표팀 외박 없이 곧장 원정 체제
훈련장 미정 등 이란 측 텃세 여전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와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을 치른 태극전사들은 곧장 원정 체제로 돌입했다. 행선지는 서아시아의 이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중동과는 또 다른 환경 속에서 대표팀은 부담스러운 일전을 펼쳐야 한다.

공식적으로는 8만여 명이지만 최대 11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마초적인 기류’를 뿜어내는 경기장으로 꼽힌다. 종교적 이유로 남성들만 입장이 가능해 항상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해발 1273m의 고지대, 1974아시안게임에 맞춰 1971년 개장한 이곳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통한다. 이란대표팀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패한 적이 없다. 한국도 희생양이었다. 무승부가 최대치였다. 2009년 2월 테헤란에서 벌어진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맞대결을 앞두고 당시 이란대표팀 주장 자바드 네쿠남이 “한국에게 10만 관중으로 가득 찰 아자디 스타디움은 지옥이 될 것”이라고 도발하자, 한국 주장 박지성(35·은퇴)은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응수했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기지 못했다. 먼저 실점한 뒤 박지성의 동점골로 어렵게 비겼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이끄는 현 대표팀도 테헤란 원정의 악몽을 경험한 바 있다. 출범 초기인 2014년 11월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친선경기임에도 그라운드에 드러눕고 거친 파울로 일관한 이란이 ‘몹쓸 승리’를 챙겼다.

이 때문에 이번 원정에 나서는 태극전사들의 마음가짐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3일 수원의 한 호텔에 모여 최종예선 10월 2연전 여정을 시작한 대표팀은 평소와 달리 외박을 요청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도 A매치가 2연전 형태로 잡히면 중간에 1박2일의 휴식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7일 이른 오후에 출발하는 항공편 일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13일까지 계속될 이란 원정은 접근법을 달리해야 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미 텃세가 시작됐다. 이란축구협회는 8∼9일 풀 트레이닝을 위한 현지 훈련장을 확정해 알려주지 않았다. 경기 전날(10일) 훈련만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물론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대표팀 스태프는 “예전처럼 고지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사라졌다. 정상적 패턴으로 원정에 임한다. 쾌적한 훈련 여건도 바라지 않는다. 실력으로 극복하면 된다. 테헤란 악몽을 끊을 때가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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