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고민’ 함께 나눈 아시아 영화 거장들

입력 2016-10-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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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독립성과 자율성 논란 속에 다양한 이슈의 마당이 됐다. 정지영 감독은 ‘서포트 비프, 서포트 미스터 리(부산국제영화제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지지한다)’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레드카펫에 올랐다.(왼쪽사진 왼쪽)과 한국의 이창동, 대만 허샤오시엔,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오른쪽 사진 왼쪽부터)이 ‘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말하다’는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 썰렁한 BIFF, 뜨거운 이슈

국제영화제 독립성 확보에 ‘한뜻’
‘이용관 구명’ 영화인 공개 지지도
해외스타 내한 영화제 후반 집중

갈등과 혼돈 속에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계와 정치권의 갈등을 넘어 함께 고민해야할 여러 과제를 던진다.

6일 개막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5일 폐막을 향해가고 있다. 예년 같으면 개막과 동시에 부산 해운대 일대는 스타 배우와 감독, 영화인 그리고 관객이 한데 모여 화려한 축제를 함께 만들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분위기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영화계 일부 단체가 여전히 부산국제영화제 참여를 거부하는 보이콧을 유지한 탓에 덩달아 배우 등 영화인의 참여 역시 저조했다. 마침 시행된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여파로 그나마 영화제를 찾은 대다수 영화인마저도 한껏 움츠러들었다.

영화제 기간 열리는 아시아필름마켓의 분위기도 마찬가지. 올해 마켓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11일 “해외 바이어의 참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일부 상업영화를 빼고 구체적인 판매 논의를 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국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 제기는 멈추지 않았다.

외화수입사들은 영화제 기간 (사)영화수입배급사협회의 출범을 알렸다. 협회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 배급을 넘어 해외영화제, 마켓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고 국내 극장 및 디지털 유통의 합리적인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의 거장 감독들은 국제영화제의 독립성 확보가 왜 필요한지 강조했다. 이창동 감독과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대만의 허샤오시엔 감독은 올해 초청작이 없는데도 기꺼이 ‘부산의 고민’을 나누려 영화제를 찾았다.

10일 ‘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말하다’는 주제로 특별대담에 나선 이들은 2년 전 세월호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 이후 계속되는 독립성 침해 논란을 향한 ‘일침’을 꺼냈다. 이창동 감독은 “국제영화제가 주류 바깥의 다양성 영화를 위한 시장의 기능을 한다”며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진 가치를 짚었다.

영화인들은 현재 검찰 조사를 받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구명을 위한 공개 지지도 했다.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은 ‘서포트 미스터 리’라고 적힌 스티커를 가슴에 붙이고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미스터 리’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의미한다. 9일 밤 열린 ‘서포트 비프’ 파티에는 배우 유지태 등 국내외 영화인이 참여해 뜻을 모았다.

썰렁한 영화제 초반을 채운 주역은 여배우다. 윤여정은 데뷔 50년간 연기해온 힘을 관객과 나눴고, 개막작 ‘춘몽’의 한예리는 영화제 곳곳을 누볐다. 손예진과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을 맡은 조민수도 빼놓기 어렵다. 남자 배우가 점령하다시피 한 스크린 상황을 떠올리면 여배우의 과감한 활약이다.

해외스타의 내한은 후반부에 집중됐다. 일본영화 ‘오버 더 펜스’의 주인공 오다기리 조와 아오이 유우가 14일 부산에서 오픈토크를 연다. ‘위플래쉬’로 친숙한 마일스 텔러는 신작 ‘브리드 포 디스’를 12일 부산에서 공개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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