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인터뷰②] 이이경 “아버지 후광? 저 스스로도 자신 있어요”

입력 2016-10-15 16: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이이경은 그동안 끊임없이, 꾸준히 연예계에서 물결쳤다. 2012년 영화 ‘백야’로 데뷔한 이후 4년여에 걸쳐 쉴 틈 없이 작품을 선보였다. 드라마 영화 예능 뮤지컬을 오가며 30개에 가까운 작품에 출연했다.

짧지만 깊은 그의 필모를 보면 어디로 솟고 어디까지 퍼질지 예측할 수 없는 파도 같다. 퀴어 영화를 통해 ‘충무로 바다’에 뛰어든 그는 학원물에서 사극으로 너울을 그리더니 다시 퀴어(우정출연 개념)를 찍었다. 군대 예능 ‘진짜 사나이’와 음악 예능 ‘슈가맨’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로 크게 주목받은 후 ‘꽃길’을 걷나 했더니 스스로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커튼콜’과 ‘아기와 나’ 그리고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 ‘괴물들’ 모두 저예산 영화들이다. 끊임없이 부서지면서 ‘배우 이이경’을 단련하는 중이다. 파도를 닮은 남자, 이이경을 부산 바닷가에 만났다.


인터뷰①에 이어서 계속.


Q. 매체와 장르 구분 없이 정말 쉼 없이 다작했어요.

A. 작년 이맘때쯤 ‘아기와 나’를 촬영했는데 당시에 영화 ‘커튼콜’을 찍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하면서 예능 ‘진짜 사나이’를 다녀왔어요. 한 번에 4개의 작품을 하는,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이었죠. ‘태양의 후예’는 태백에서 찍었고 ‘커튼콜’은 주요 촬영지가 수원이었고 ‘아기와 나’는 서울에서 촬영했어요. 이리저리 오가면서 너무 힘들다보니까 당시 함께 일했던 매니저가 차를 두고 도망갔어요.


Q. 도망갔다고요?

A. 네. 스케줄 조정하면서 잠도 안자고 일했는데도 일정이 타이트해서 힘들었나 봐요. 정말 말 그대로 차 키를 두고 ‘도망’갔어요. 그 정도로 힘들었어요.


Q. 그렇게 힘들게 몰아서 한 이유가 있나요.

A. 에너지가 넘쳐서요. 작품이 들어올 때는 한번에 들어오더라고요. 일단 네 작품 모두 좋았어요. 이응복 감독님과는 ‘학교 2013’ 연이 있어서 출연했고요. ‘진짜 사나이’는 실제 군대의 추억이 좋아서 출연하고 싶었어요. 군대 두 번 가는 건 아무나 경험하지 못하는 건데 심지어 해병대라 더 좋더라고요. 영화 ‘커튼콜’은 선배들과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개런티 생각 없이 했어요. ‘아기와 나’도 개런티 거의 안 받고 한 거예요. 원래 돈 생각 안 하고 하거든요. 이제 좀 생각해야 하나? 하하.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태양의 후예’에서 짧은 출연이었지만 많은 호평과 사랑을 받았어요. 특히 ‘치훈쌤’ 온유와 케미가 좋았죠.

A. 처음에는 더 짧은 분량이었는데 대본 리딩 후에 제작진에서 늘여주신 거예요. 4개 분량으로 알고 있었는데 9개 분량이 됐더라고요. 작가님이 좋게 봐주신 덕분이죠. ‘태양의 후예’의 인연으로 온유와는 요즘도 톡하면서 지내요. 온유와 민호가 같이 산대요. 민호와도 자주 연락하는데 셋이서 만난 적은 없어요. 샤이니 팬분들이 저를 부러워하더라고요. 하하.


Q. 서른을 앞두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A. ‘쉬지 않고 많이 했구나’ 싶어요. 소담이, 민호와 서로 부르는 별명이 있는데 소담이는 ‘신데렐라’고 민호는 ‘샤이니 이즈 백’이에요. 제 별명은 ‘다작 배우’죠.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 비슷한 캐릭터를 한 적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Q. 2년 전 인터뷰 때보다 한층 편안해 보여요. 가족 이야기도 (이미 언론에 공개돼) 이제는 자유롭게 할 수 있군요.

A. 덤덤해요. 예전에는 아버지 후광으로 볼까봐 걱정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생겼어요. 반대로 저 덕분에 아버지가 빛날 수 있게 제가 열심히 해야죠. 전에도 그랬듯 지금도 부모님 도움 없이 제 힘으로 일하고 있어요. 이제는 부모님도 저를 인정해주세요. ‘얘가 그래도 돈 벌고 있구나’ 싶으시겠죠. 최근에는 부모님 집에 안마 의자 하나 놔드렸어요. 700만원 정도였는데 현금으로 한 번에 결제했어요. 되게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하하.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2년 전에는 “최민식-김윤석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A. 어느 순간 바뀐 것 같아요. 누군가를 롤모델로 보는 게 아니라 제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아직은 터무니없이 부족하죠. 열심히 해야죠. 영화는 관객들이 시간을 내서 극장까지 와서 돈을 지불하고 2시간을 투자해야 볼 수 있잖아요. 그렇게 관객들이 작품을 보러 오게끔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저예산 영화를 향한 관심은 계속 되겠죠.

A. 네. 계속 이어져야죠. 다음 영화 ‘괴물들’도 저예산 영화예요. 다 제가 좋아서 하는 거죠. 이번에는 11년을 거슬러 내려가서 18살 캐릭터를 연기해요. 마지막으로 교복 입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해운대(부산)|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