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장원준 KS 역투 끌어낸 두 가지 비밀

입력 2016-10-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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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부르는 손 두산 장원준이 30일 NC와 한국시리즈 2차전 9회 무사 1루에서 NC 테임즈의 타구를 잡아낸 김재환을 향해 모자를 벗어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장원준은 이날 선발등판해 8.2이닝 1실점의 호투로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한국시리즈(KS)에서 두산의 2번째 선발은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KS 1차전을 ‘절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맡아주는 현실을 고려할 때, ‘판타스틱 4’를 이루는 나머지 3명의 선발투수 중 어떻게 KS 2~4차전 순서를 정하느냐가 관건이었다. 특히 2차전 선발이 되면 NC 원투펀치 중 한 명인 에릭 해커를 상대해야 했다. NC의 1차전 선발 재크 스튜어트는 니퍼트가 상대할 수 있다. NC는 이재학이 KS 엔트리에 들어오지 못하며 토종 선발이 약화된 상태라서 3,4차전 선발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KS 우승 길목인 2차전을 장원준(31)에게 맡기기로 했다. 좌완의 이점에도 꾸준한 구위를 믿었던 것이다. 선택은 이 보다 더할 수 없는 결과를 얻었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2차전에서 NC 강타선을 맞아 완투승에 1아웃 모자란 8.2이닝 1실점으로 5-1 승리를 이끌었다. 10안타를 맞았지만 무4사구에 삼진 5개를 잡아내며 116구를 던졌다. 결과는 최상이었지만 그 과정은 알고 보면 역경의 연속이었다.

두산 장원준.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38일의 공백 어떻게 극복했나?

장원준은 9월22일 kt전 이후 실전 등판이 없었다.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이 굳혀진 뒤 체력을 비축한 것이다. KS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본 미야자키 미니캠프와 자체 평가전에서 던지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하필 장원준이 던지기로 한 날에 비가 내렸다. 결국 실전이 단 1차례도 이뤄지지 않고 30일 KS 2차전을 맞았다. 38일의 공백이었다. 이 시간의 간격을 극복하기 위해 두산 한용덕 투수코치는 꽤 독특한 훈련법을 실시했다. “15구를 던지고, 쉬었다가 20구를 던지고 또 쉬고, 이런 식으로 100구를 던지게 했다.” 실전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불펜피칭의 투구수와 간격을 마치 실전처럼 짜놓은 것이다. 투구수는 이닝별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줬고, 두산의 공격 시간을 떠올리며 휴식을 줬다. 장원준과 한 코치의 머릿속에서 가상의 경기를 치른 셈이다. KS 2차전을 앞두곤 힘의 우세를 전면에 내세웠다. 29일 KS 1차전 선발이었던 니퍼트가 그랬듯 NC 타자의 성향에 관계없이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졌다. 직구 구속(45구)은 141㎞~146㎞가 꾸준히 찍혔다. 슬라이더(27구) 체인지업(31구) 커브(13구)를 섞어 던졌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두산 장원준이 9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자진 강판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손가락 물집 견뎌낸 투혼

또 하나의 고비는 경기 중에 왔다. 6회가 끝난 뒤 왼 손가락에 물집이 잡힌 것이다. 실전등판이 워낙 오랜만이다 보니 생긴 증상이다. 비상 상태였다. 한 코치는 “네 뒤에 투수 없다. 오늘만 던지면 (KS 6차전까지) 5일을 준비할 수 있으니 버텨보자”고 말했다. 그리고 장원준도 티 내지 않고 던졌다. 7회와 8회 이닝이 거듭될수록 손가락 상태는 악화됐다. 9회 2사 후 결국 손가락 껍질이 벗겨졌다. 완투를 아쉬워할 상황이 아니었다. 다행히 5-1로 대세가 기운 상황이라 두산은 장원준을 이현승으로 교체하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두산은 KS 2차전까지 20이닝 동안 NC 타선에 단 1실점만 내줬다. 연장 11회까지 갔던 KS 1차전도 니퍼트는 시속 156㎞ 직구를 앞세워 8이닝 무실점으로 압도했다. 두산 선발진의 위용이 KS에서 더욱 강렬하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가 열렸다. 9회초 2사 1루에서 NC 김종호 타석 때 두산 선발 장원준이 교체되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장원준의 말=(38일만의 실전이라) 아무래도 많이 쉬어서 경기감각 걱정을 많이 했다. 연습 투구수를 많이 가져갔다. 그 덕분에 경기 막판에도 공의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 (9회 등판 상황은) 한용덕 투수코치님께서 어깨가 괜찮으냐고 물어보시기에 문제없다고 대답해서 올라갔다. 지난해 KS 3차전보다 오늘 투구가 더 좋았다. 포수 (양)의지를 믿고 가기 때문에 볼 배합 문제는 걱정하지 않았다. 완투를 못해서 아쉽기보다는 팀이 이겨 기쁘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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