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쥬니·김덥의 느닷없는 프로젝트 스칼렛 모조핀

입력 2016-11-01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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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모조핀, 사진=문화인

스칼렛 모조핀, 사진=문화인

스칼렛 모조핀(현쥬니·김덥)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느닷없다’였다. 그리고 이 ‘느닷없다’는 스칼렛 모조핀과 참 어울리는 단어이다.

배우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현쥬니가 다시 가수로 복귀한 것도 느닷없고, 그렇게 복귀해 선보인 음악이 대중성보다는 실험성에 초점을 맞춘 전자음악 계열이라는 것도 느닷없다.

스칼렛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운 만화로 이루어진 재킷도 느닷없고, 전혀 관심도 없을 것 같은 음악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느닷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칼렛 모조핀의 현쥬니와 김덥, 스스로가 이번 ‘A sad story of the near future’를 두고 “느닷없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김덥은 이번 앨범을 두고 “‘모호한’, ‘느닷없이’를 강조하고 싶었다. 녹음할 때도 세션에게 끊임없이 모호한 연주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부분을 자평하기에는 그렇게 (의도한대로)나온 거 같아서 창작의도가 잘 표현된 거 같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모호하고 느닷없는 음악’은 어떤 것일까.

김덥은 “믹싱 엔지니어가 ‘곡을 이렇게 붙여서 나가면 놀라서 싫어할 텐데’라고 이야기 하더라. 그걸 노린 거다. 음원 한곡 한곡도 고려했지만 전체적인 연결도 고려했다”며 “예를 들어 인트로에 수록곡 5곡의 가사와 사운드가 들어있다. 숨어있는 기호들을 많이 심으려고 했다. 또 ‘왜 ‘노스텔지아’에서 과격하게 섹소폰 부는 걸 요구했느냐‘라고 하는데, (부클릿 속 이야기 주인공인)스칼렛이 인간이 됐다는 그런 형태를 곡 안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곡마다 매칭시키려는 기호가 있고, (수수께끼처럼)그것들을 특별히 이야기하지 않지만 형식을 갖추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김덥의 말처럼 ‘A sad story of the near future’는 앨범 재킷 속 만화의 내용과 앨범의 각 수록곡의 이야기가 일치하고 있다. 여기서 또 재미있는 점은 그렇다고 각 수록곡의 가사가 꼭 만화 속 이야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쥬니, 사진=문화인

현쥬니, 사진=문화인


느닷없이와 함께 내세운 앨범의 키워드인 ‘모호함’은 이런 가사에서 특히 강하게 발휘된다.

또 이번 앨범의 가사는 대부분 현쥬니가 직접 지은 것으로, 현쥬니는 작사 작업에 대해 “머리털 빠지는 줄 알았다”라고 말하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현쥬니는 “솔직히 나는 창작을 별로 안하고 싶었다. 그랬는데 덥 오빠가 ‘네가 부를 건 네가 만들어야지’하고 나오는 거다. 또 음악 자체가 멜로디와 가사보다 분위기로 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우리 음악시장에서는 멜로디와 가사가 중요하더라. ‘시티’라는 곡은 몇 번 갈아엎어서 나온 가사다. 그 곡을 정말 집요하게 썼다”라고 ‘느닷없이’ 작사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또 김덥은 “제목을 정해주고 내용을 알려주고 가사를 쓰라고 하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일기처럼 쓴 다음 차츰 발전시켜 나갔다. 난 좋다고 했는데 자기가 안 좋다고 리뉴얼을 했다. ‘흔들리네요’는 정말 잘 쓴 가사다”라고 현쥬니의 작사능력을 칭찬했다.

하지만 현쥬니는 “(흔들리네요)그거 보고 ‘왜 이렇게 못 쓰냐’고 닥달하니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뭔가 당한 거 같다”라고 억울함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현쥬니는 자신이 지은 가사들이 꼭 앨범 스토리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이야기로 만들고자 했다.

현쥬니는 “이 앨범이 어느 시점에 봐도 말이 되게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사랑 이야기고, 또 인생 이야기일 수도 있다. 직장 이야기기라고도 하고 싶었다. ‘분노의 Dr.know’는 스칼렛이 자신을 만든 닥터 노우를 찾아가 화를 내는 장면인데, 직장인은 상사에게 화가 날 수도 있고, 연인과의 관계에서의 다툼이라고 할 수도 있다. 모든 입장이 곡마다 맞아 떨어져야하는 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김덥, 사진=문화인

김덥, 사진=문화인


그만큼 고된 작업이었지만 음악적인 완성도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한층 성장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쥬니는 “작업하면서 극봅한 것도 많다. 원래 내가 녹음실 공포증도 있는데 많이 좋아졌다. 덥 오빠가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다. 나는 비관적이다. 항상 모자라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되게 편했다”라며 “또 앞으로 해나가야 할 연기에도 도움이 될 거 같다. 어떻게 보면 덥 오빠가 감독, 나는 연기자 그런 느낌이다. 작사도 당장에 호날두, 메시를 소재로 써도 한곡 쓸 거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야기를 잠깐 처음으로 돌려보자. 애초에 현쥬니는 왜 가수로 복귀했고, 또 스칼렛 모조핀을 선택했을까.

여기에 대해선 김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덥은 “쥬니 씨는 음악에 대한 어떤 갈증이 있던 거 같다. 원래 벨라마피아로 활동을 했고, 음악을 하다가 연기를 하고 있다. 반면 나 같은 경우에는 밴드를 하다가 연극 연출을 했다. 그 연극도 음악과 맥락이 연결돼 있어 그렇게 만난 사람과 밴드를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전자음악 밴드를 구상했는데, 보컬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주변에서 소개를 해준 사람이 현쥬니였다. 운명적인 게, 2008년에도 내가 음악을 하는 남자 배우를 섭외하려고, 뮤지션을 많이 찾아다녔다. 그때 벨라마피아로 공연 중인 현쥬니를 봤는데, 한참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다음에 현쥬니가 연기자로 데뷔를 하더라. 이번에 만나서 같이 하기로 하고 준비를 시작했는데 애초에 4개월을 목표로 준비했다가 1년이 걸린 프로젝트가 됐다”라고 현쥬니와의 인연을 밝혔다.

현쥬니도 “사실은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어느 순간 밴드에서 연기자가 되면서 갈증을 많이 느꼈다. 그러다가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에 나가다보니 남의 노래만 부르는 게 마음에 걸리더라. 회사 대표님도 ‘쥬니는 무대에 서야 한다’는 걸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표님이 ‘이런 앨범을 만들어보자’ 해서 (김덥을)만났는데 처음 제안을 받고 ‘재미있겠, 못하겠다, 재미있겠다’ 이걸 1년간 반복했다. 그러다 느닷없이 나왔다”라며 웃었다.

그렇다면 장르적으로는 왜 이런 실험적인 스타일을 선택했을까. “(현쥬니가) 과거에는 나보다 더 락킹한 음악을 했다. 완전 펑크 락커 느낌이었다”라는 김덥의 말처럼 현재 스칼렛 모조핀은 벨라마피아 시절의 음악과도 거리가 멀고 또 ‘복면가왕’에서의 발라드를 부르던 모습과도 거리가 있다.

현쥬니는 “아마 내가 앨범을 냈을 때 사람들 반응은 의외였을 거다. 나와서 발라드 같은 걸 부르든가, 아예 락 음악을 할 거라고 생각한 거같다”며 “그런데 처음부터 이런 음악을 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머리털 빠지게 가사 작업을 한 거다. 집에 가서도 날새기로 가사를 쓰곤 했다”라고 처음부터 전자음악 계열에 관심이 많았음을 알렸다.
스칼렛 모조핀, 사진=문화인

스칼렛 모조핀, 사진=문화인


이제 스칼렛 모조핀이라는 그룹이 내세운 ‘느닷없음’에 대한 궁금증은 얼추 해소가 됐다. 남은건 앞으로의 스칼렛 모조핀이다.

일단 확실한건 스칼렛 모조핀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덥은 이후 선보일 작품들 역시 이야기가 결합된 콘셉트 앨범으로 제작될 예정이지만, 아무리 스토리가 달라져도 주인공은 스칼렛이 고정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현실의 스칼렛을 맡고 있는 현쥬니는 ‘오예!’라고 환호성을 질렀다)

김덥은 “일회성 프로젝트를 생각했으면 이렇게 안 했을 거다. 또 사람들이 예상하는 틀도 벗어나지 않았을 거다”라며 “앞으로도 난관들이 많겠지만 가장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 든다. 그런 기분을 가지고 누가 봐도 훌륭한 음반을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현쥬니도 “좋은 음반을 만들어야한다는 그 부분에서는 둘 모두 집요하다. ‘음악으로 한몫 벌겠다’가 아니라 (음악 자체가)좋았으면 좋겠다. 그거면 되지 않을까싶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그걸 쫓아가다보면 놓치고 잃고 가는 게 있을 거 같다. 소신껏 내가 공감하는 걸 하는 게 좋은 거 같다. 게다가 난 기대치가 크면 그만큼 실망이 커서 처음에는 기대를 잘 안한다. 그러다 잘되면 좋고 안 되면 다음 기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그게 20대부터 활동하면서 얻은 깨달음 아닌 깨달음이다”라고 꾸준히 좋은 음악을 선보이는 스칼렛 모조핀이 될 것을 다짐했다.

김덥은 “나는 현쥬니에게 항상 좋은 음반을 만들어야한다는 자세를 취했다. 안 그러면 나에게도 쥬니에게도 좋지 않은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도 혼신의 힘을 다해 이 악물고 만든 음반이다. 그래서 그 기운이 많은 사람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칼렛 모조핀의 매력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더불어 현쥬니는 “우리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노래를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꼭 사람이 꽉 찬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우리 얘기를 들으면서 함께 늙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내 음악적 목표다”라고 덧붙여 좋은 음악으로 오랫동안 함께하는 스칼렛 모조핀을 약속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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