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 영화의 시대

입력 2016-11-1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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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혜옹주’-‘굿바이싱글’-‘럭키’-‘터널’(맨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호필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용필름·비에이엔터테인먼트

굿바이싱글·덕혜옹주·터널·럭키…
연달아 대박치면서 원톱영화 풍년
베테랑 배우들의 ‘흥행 파워’ 증명

‘원톱’ 영화가 잇따라 흥행하면서 충무로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지 시선을 모은다.

최근 3∼4년 동안 영화계의 또렷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멀티캐스팅’에 밀려 주춤해온 ‘원톱’ 영화가 올해 연이어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한 명의 주인공이 영화를 이끌어야 하는 부담 탓에 톱스타급 배우라 해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제작환경 속에서 이룬 성적이라는 점에서 영화 관계자들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시작은 6월 개봉한 김혜수 주연의 ‘굿바이 싱글’부터다. 이어 8월 ‘덕혜옹주’의 손예진과 ‘터널’의 하정우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최근 ‘럭키’의 유해진까지 관객의 지지를 얻었다.

이들 영화는 단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작은 성공’에만 멈추지 않는다. 제작비를 회수하는 것은 물론 올해 영화계를 대표할 만한 기록까지 세웠다. 실제로 ‘터널’(713만)은 올해 개봉작 가운데 흥행 4위에 올랐다. ‘럭키’(648만)와 ‘덕혜옹주’(559만) 역시 7∼8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210만명을 모은 ‘굿바이 싱글’ 역시 코미디 장르의 한계를 딛고 13위에 올랐다.

이 같은 성적은 최근 3년 동안 연도별 흥행 톱10에 진입한 영화를 살피면 더욱 도드라진다. 지난해만 해도 원톱 영화는 흥행 10위권에 없었다. 이전에도 2014년 송강호의 ‘변호인’, 2013 년에는 하정우의 ‘더 테러 라이브’가 각각 올랐을 뿐이다.

원톱 영화가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면서 새로운 제작 분위기마저 형성되고 있다. 촬영이 한창인 김윤진 주연의 ‘시간 위의 집’, 촬영을 앞둔 김옥빈의 ‘악녀’가 그 바통을 잇는 영화와 배우로 꼽힌다.

원톱 주연영화는 배우에게도, 제작진에게도 상당한 부담이다. 이야기를 이끄는 역할 뿐 아니라 개봉 이후 성적에 관한 책임도 혼자 져야 하기 때문이다. 베테랑 배우라도 예외는 없다.

실제로 ‘럭키’의 유해진은 “원톱이라서 좋은 점보다 부담이 더 컸다”며 “여러 배우와 함께 한다면 서로 기댈 수 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럴 수 없어 상당히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20여편의 영화에서 활약한 손예진도 마찬가지. “그동안 촬영한 영화 가운데 ‘덕혜옹주’가 가장 힘겨웠다”며 “연기에만 신경 쓸 수 없는 책임감이 나를 짓눌렀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톱 영화는 배우가 가진 고유한 티켓 파워를 인정받는 최적의 기회로도 통한다. 하정우는 원맨쇼에 가까웠던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 ‘터널’마저 흥행으로 이끌면서 명실상부 최고의 흥행 파워를 증명했다. 하정우는 “흥행에 대해 걱정하고 고민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지 감독과 상의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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