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준, 이제는 ‘락커’가 아니라고 하면 이상한 [종합]

입력 2016-11-11 1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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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준,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한 때 문희준에게 '락커'는 조롱의 의미였다. 하지만 15년이 흐른 지금, '락커 문희준'을 부정한다면 그 사람이야 지탄과 조롱의 대상돼야 할 듯하다.

문희준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문희준 20주년 기념 앨범 및 콘서트'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희준은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소감이나 심경, 자신의 음악은 물론, 사회문제와 H.O.T의 재결합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간담회 후 가장 이슈가 된 건 시대를 풍미한 아이돌 그룹 H.O.T에 관한 내용들이었지만, 문희준이라는 가수 개인으로 놓고 볼 때 흥미로운건 역시 '락커 문희준'이었다.

문희준에게 '락'은 애증의 대상이라고 할만하다. H.O.T 해체 후 '락커'로 활동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그는 수 많은 안티팬들을 마주해야했고, 일거수일투족이 조롱거리가 됐다. 급기야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7년이라는 은둔 생활을 하기도 갖기도 했다.

또 문희준은 군 제대 후 신비주의 콘셉트를 벗고 활발한 방송활동을 통해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진짜 모습을 보여줘 '문보살'이라는 별명을 얻기는 했으나, 비호감 이미지를 호감 이미지로 돌려놓았을 뿐이지 '락커'로 인정받았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잦은 방송 활동은 H.O.T를 잘 모르는 어린팬들에게는 문희준을 '방송인'으로 각인시키기도 했다.

그 결과 문희준이 데뷔 20년 중 15년을 매진해 온 락커가 아니라, 올드팬은 H.O.T의 멤버로, 어린팬들은 방송인으로 보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문희준은 이런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는 시선 자체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이 꾸준히 락음악을 하고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유가 다시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서인지를 묻자 문희준은 "내가 (비난이나 조롱을)두려워할정도로 약한 사람이었으며, 예전에 (비난을 받았을 때)그만뒀을 거다. 내가 무슨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거나 한 건 아니지 않나. (락커라고 말하는 게) 두려운건 아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냥 내가 할 일을 할 뿐이다. 또 젊은 친구들에게 어필할 필요도 잘 모르겠다. 날 보고 웃으면 (방송인으로 보더라도) 그냥 그게 좋다. 내 꿈은 두 개다. 음악을 계속 하는 것과 예전엔 신비주의 때문에 하지 못했던 모습을 방송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자신을 보는 시선에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희준,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뿐이지 그는 뼛속까지 락커이다. 신곡 '우리들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나 전작 'I`m not OK'가 각각 발라드와 댄스 장르이긴 하지만 문희준의 베이스는 항상 락에 있다는 건 변함없다.

"락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다"라고 전제한 문희준은 "이전에 낸 'I`m not OK'는 댄스곡이고, 이번 신곡 '우리들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발라드다. 그 이유는 내가 락을 좋아하지만, 너무 한 우물을 파다보니까 나 스스로 우물에 갇힌 거 같다. 갇혀서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장르에 구분 없이 나의 느낌이 묻어있을 거 같다. 발라드를 한 건 '발라드를 해야겠다'가 아니라 이 노래가 발라드에 어울려서 그렇게 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문희준은 본격적으로 락 음악을 하기 전부터 직접 작곡과 작사를 해왔으며, 편곡까지 직접 하고 있다. 여기에 곡의 내용 역시 상업적인 러브송이 아닌 사회 참여적인 가사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것이 이제 15년이 됐다. 문희준이 락커가 아니라면, 세상에 락커라고 부를 수 있을 가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문희준,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문희준은 "아이돌 가수에 대한 선입견이 지금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난 '불후의 명곡'을 하면서 '아이돌 가수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지 정말 놀랐다' 혹은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하면 '아이돌 가수에 선입견이 있네요'라고 말한다. 지금의 아이돌은 진화했다. 다만 우리 때는 상품화됐다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걸 벗어나고 싶어서 (H.O.T)3집부터 우리가 곡을 쓰기 시작했고, 5집은 우리 멤버들이 다 만든 거다. 또 요즘에는 작사 작곡을 하는 친구도 많아졌지만, 편곡까지 하는 친구는 많지 않다. 내 스스로 고생하는 걸 수도 있는데 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 없다"라고 음악에 대한 한결 같은 마음을 밝혔다.

또 그는 "방송을 하면서 몇 달전에 후배와 역사와 사회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후배가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이라고 하더라. 역사는 겪어본 게 아니라 꼭 알아야 하니까 공부를 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그런 내용을 담은 곡을 불러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8.15'는 역사 문제에 대한 이야기고, 'In I'는 낙태 반대의 의미를 담은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곡이다. 물론 내가 이런 주제로 가사를 쓴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Easy 매(罵)'도 학원 폭력에 대한 노래인데 지금도 여전히 학원폭력은 있다. 하지만 이런 노래와 가사는 분명 누군가는 해야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드러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희준은 "나는 락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대중적인 성공은 포기한 거다. 그게 이미 15년이다"라고 말했다. 맞는 이야기다. H.O.T가 해체 했어도 팬덤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던 상황에서 문희준이 댄스 가수로의 복귀 했다면 충분히 상업적인 성공도 기대할 만 했다.

하지만 문희준은 댄스가수로의 복귀가 아니라 락커로의 변신을 선언했고, 그 결과 수 백만의 안티팬을 마주해야했다. 그리고 '국민 놀림감'이 됐음에도 문희준은 묵묵히 자신의 생각과 철학이 담긴 음악을 이어나갔고, 그게 이제 15년이다.

이보다 더 락스피릿이 담긴 15년이 있을 수 있을까.

한편 문희준의 20주년 기념 앨범에는 3년 10개월만에 발표하는 신곡 '우리들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와 함께 총 8트랙이 수록됐다. 신곡 '우리들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는 20년을 한결같이 지켜준 팬들의 이야기를 담은 발라드곡으로 문희준이 직접 작사·작곡·편곡을 맡았다.

문희준의 20주년 기념 앨범은 12일 자정 각 음원사이트에 발매되며, 문희준의 20주년 기념 콘서트는 11월 12일과 13일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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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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