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도 이견도 없는 수상이었다. 받을 만한 사람이 수상하고 높이 평가받을 만한 작품이 받았다.
25일 오후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2016 제37회 청룡영화제 시상식. 이날 김혜수와 유준상이 진행을 맡은 가운데 시상식의 피날레,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으로 ‘내부자들’이 발표됐다. ‘내부자들’은 최우수 작품상뿐 아니라 배우 이병헌에게 생애 처음으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쥐어준 작품이 됐다.
이병헌은 “기쁘고 감개무량하다. 함께 후보로 오른 배우들이 워낙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분들이라 수상을 기대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아내 이민정 씨를 비롯한 가족들 사랑하고 고맙다. 한결 같이 나와 함께 나이 먹어가는 팬들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관객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병헌은 “‘내부자들’ 시나리오가 재밌긴 했지만 영화다보니 극적이고 과장되지 않았나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버린 것 같은 상황”이라면서 “TV를 통해 모두가 절망적인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을 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젠가 저 촛불이 희망의 촛불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고 소신 있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25년 동안 준비한 소감을 앞으로 조금씩 청룡영화제에서 소감으로 쓸 수 있도록, 자주 이 무대에 오르도록 노력하겠다.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아가씨’로 여우주연상 주인공이 된 김민희는 시상식에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인기상은 주요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정우성 배두나 손예진 그리고 쿠니무라 준이 받았다. 특히 쿠니무라 준은 인기상에 이어 남우조연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한국 영화를 볼 때부터 ‘한국 영화는 왜 이렇게 힘이 강한가’ 궁금했다. 한국 배우들의 존재감과 파워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더라. 한국 영화를 통해 내가 프레임 안에서 어떻게 살아있을 것인지, 존재감을 발휘할 것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쿠니무라 준은 “나홍진 감독이 일본에 와서 ‘이번에 같이 영화를 하자’고 했는데 한국 영화에 참여하면 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 영화 현장은 감독의 지시 하에 스태프와 배우들이 높은 프라이드를 가지고 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프라이드가 한국 영화를 키우고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게다가 이렇게 상을 받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우조연상은 라미란 배두나 정유미 천우희 등 쟁쟁한 선배들을 체지고 ‘검은 사제들’ 박소담이 받았다. 박소담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는 “지난해 ‘경성학교’ 이후 두 번째로 참석했다. 올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서 감사하면서도 부담되고 걱정도 됐다. 그런데 상을 받고 나니 마음이 정말 무겁다”고 털어놨다.
박소담은 “학교를 졸업하고 연기를 제대로 시작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우조연상을 받아서 정말 부담된다. 하지만 이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바꾸기 위해 성실히 묵묵히 꾸준히 연기해나가도록 하겠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인여우상과 신인남우상은 김태리와 최우식에게 돌아갔다. 영화 ‘아가씨’로 신인여우상을 받은 김태리는 “영화라는 작업은 시간과 정성을 오래 쏟아 붓는 작업이라는 것을 더 깨닫고 있다”면서 “숙희와 아가씨가 그러했듯 나도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우신인상 박정민은 “시사회로 ‘동주’를 처음 봤을 때 많이 울었다. 송몽규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이 컸다. 잘 소개하고 싶었는데 내 실수가 많이 보이더라”고 고백했다. 그는 “불과 70년 전에 나라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남모르게 피 흘리며 싸운 수많은 분들이 계신다. 70년 후에 이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많이 깨달았다”면서 “나라가 많이 어수선하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이 상을 받게 해주신 송몽규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울림을 주는 소감을 남겼다. 이날 ‘동주’는 신연식 감독에게 각본상을 안기기도 했다.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우리들’ 윤가은 감독은 “정말 큰 상을 줘서 영광스럽고 무섭기도 하다”면서 “이 영화의 발걸음을 뗄 수 있게 해주고 시나리오를 쓰는 내내 질책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이창동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이런 영화를 또 만들어도 된다는 응원과 격려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 감사하다”고 뜻을 전했다.
한편, 이날 ‘곡성’은 감독상을 비롯해 남우조연상(쿠니무라 준) 인기스타상(쿠니무라 준) 음악상 편집상 등 5관왕을 차지했다. 반면 ‘밀정’은 무관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이하 2016 제37회 청룡영화제 수상자·작>
▲최우수 작품상=‘내부자들’
▲감독상=‘곡성’ 나홍진
▲남우주연상=‘내부자들’ 이병헌
▲여우주연상=‘아가씨’ 김민희
▲남우조연상=‘곡성’ 쿠니무라 준
▲여우조연상=‘검은 사제들’ 박소담
▲청정원 인기스타상=정우성, 배두나, 쿠니무라 준, 손예진
▲최다관객상=‘부산행’ 연상호 감독
▲신인남우상=‘동주’ 박정민
▲신인여우상=‘아가씨’ 김태리
▲신인감독상=‘우리들’ 윤가은
▲음악상=‘곡성’ 장영규-달파란
▲편집상=‘곡성’ 김선민
▲미술상=‘아가씨’ 류성희
▲기술상=‘부산행’ 곽태용-황효균
▲각본상=‘동주’ 신연식 감독
▲촬영조명상=‘아수라’ 이모개-이성환 감독
▲단편영화상=‘여름밤’ 이지원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