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참, 그러나 수상’.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배우 김민희가 사생활 문제를 뒤로 하고 25일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 ‘아가씨’를 통해 처음으로 ‘청룡의 꽃’이 된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지만 김민희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지난 6월 전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로 인연을 맺은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 이후 잠적 중이기 때문이다.

박찬욱의 감독 ‘아가씨’에서 순진무구해보이지만 겉과 속이 다른 귀족 아가씨 히데코 역을 맡아 최고의 명연기를 펼친 김민희. 그는 ‘아가씨’로 각종 영화제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내내 불참해왔다. 이는 청룡영화상까지 이어졌다. 손예진 윤여정 등 쟁쟁한 후보들이 있었지만 영화계 관계자들은 김민희의 수상을 점치는 분위기였다. 다만 ‘배우 김민희’가 아닌 ‘인간 김민희’를 바라보는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과 배우의 시상식 불참이 수상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청룡은 ‘배우 김민희’의 손을 들어줬다. 배우의 사적인 영역과는 무관하게 연기에 집중한 것. 청룡영화상이 밝힌 여우주연상 심사기준은 ‘주연배우로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배역을 소화해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며 영화에 공헌도가 높은 배우’다. 연기력과 관객 공감 그리고 공헌도 면에서 김민희를 높이 평가해 시상했다.

빈 무대에는 김민희 대신 ‘아가씨’의 윤석찬 PD가 무대에 올랐다. 여우주연상을 대리수상한 윤석찬 PD는 “김민희는 2013년부터 올해 여름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해줬다. 외국어로 연기하기 쉽지 않은데 이를 정복하고 멋지게 연기해줬다”면서 “오늘 신인여우상을 받은 김태리와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민희 모두 수상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시상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김민희의 수상 이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인간 김민희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의견이 극명하게 갈릴지라도 ‘배우 김민희’의 수상 자격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연기만 놓고 보면 받을만한 배우가 받았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한 연예 관계자는 “설사 불륜이 맞다고 하더라도 간통죄가 폐지된 지금 배우 본인의 활동 의지가 강하다면 복귀 못할 이유도 없다. 다만 판단은 대중의 몫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청룡영화상에 앞서 김민희는 지난 8월 영화감독들이 주최한 제16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서 여자 연기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시상자 이현승 감독은 “감독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연기와 영화적 열정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투표했다”면서 “(김)민희야 감독들은 널 사랑한단다”고 지지 의사를 전했다. 대리수상한 ‘아가씨’ 제작사 임승용 대표 또한 “이 트로피를 꼭 전달해서 감독님들이 민희 양을 지지해준다는 것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을 부인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은 채 홀연히 모습을 감춘 지 4개월. 지구 어딘가에서 수상 소식을 전달받았을 김민희는 다시 관객 곁으로 돌아올까. 그렇다면 언제쯤 자신을 드러낼까. 감독들의 공개 지지에 이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이라는 또 하나의 큰 ‘명분’을 품에 안은 그의 행보가 기다려진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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