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전북 떠난다는 생각 1%도 안했다”

입력 2016-11-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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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최강희 감독.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상상이상 조건제시 中 러브콜 거절
계약했다면 선수들 최선 요구 못해
홈서 서울 꺾었을때 ACL 우승 확신

전북현대는 ‘K리그의 자존심’을 확실히 살렸다.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1·2차전 합계 스코어 3-2로 우승했다. 19일 홈 1차전에서 2-1로 이긴 전북은 27일(한국시간)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원정 2차전에서 1-1로 비겨 2006년에 이어 통산 2번째 정상을 밟았다. 부와 명예가 동시에 따라왔다. 대회 보너스 354만달러(약 41억원)에 12월 일본에서 펼쳐질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을 얻었다. 최소 6위를 확정하며 상금 100만달러(약 11억8000만원)의 수익을 추가했다.

그러나 2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전북 최강희(57) 감독은 “아직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우승 직후’가 최대 위기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닫고 있다. “5년 전의 (준우승) 절망이 애절함이 됐고, 그 간절함이 우승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우승하면 딱 사흘 좋다. 4일째부터 걱정이 쌓인다. 우리 직업이 같은 일의 반복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늘 새롭다.”


-목표를 이루기까지 참 힘들었다.

“여러모로 힘들었다. 마음고생도 했고. 21일 현지에 도착했는데, 상황이 상당히 꼬였다. 알 아인 측에서 훈련장 제공처럼 기본 약속도 어기는데 황당했다. 첫날 훈련을 떠나기 직전에 훈련장 사용불가 통보를 받았다. 경기 당일에는 AD카드 발급 문제로 마음을 졸였다. 물론 원정은 분위기, 환경, 심판 등 외적 변수가 많기에 우리가 감수할 몫이었지만 힘들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무장이 더 잘 이뤄졌다. 심리게임에서 상대가 진 것이다.”


-언제 우승을 확신했나.

“상하이 상강(중국)을 8강에서 꺾었을 때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FC서울을 홈(4강 1차전)에서 4-1로 꺾었을 때 완전한 확신이 생겼다. ‘이제 됐다’ 싶었다. 심지어 가장 우려했던 서아시아 엘 자이시(카타르)가 결승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우리의 준비가 최우선이 됐다.”


-결승 2차전에서 페널티킥(PK)을 내줄 뻔했다.

“전부 시나리오에 있었다. 1-2로 몰릴 경우까지. 연장도 생각했다. 그런데 로페즈가 킥오프 1분 만에 부상 아웃됐을 때는 많이 당황했다. PK 파울을 범한 (김)형일이도 걱정됐다. 습관성 탈구로 어깨가 빠지고 끼워 넣고를 계속 반복했다. 정말 아프다. 만약 그 때 실점했다면 에두와 김신욱 등의 투입시기도 조정될 수 있었다. 알 아인은 이날 200% 실력을 발휘했고, 우리는 평소의 60%밖에 못 했다. 5년 전 120% 실력을 발휘하고도 무너진 그 때와 반대의 상황이 나왔다. 진인사대천명이 맞다. 육탄방어로 버틴 선수들에게 하늘조차 감동했다.”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이 2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 원정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최 감독은 28일 “5년 전의 (준우승) 절망이 애절함이 됐고, 그 간절함이 우승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악재도 많았다.

“심판 사태의 파장이 컸다. 스스로 자부심도 잃었고, 많은 분들에게 실망과 좌절감도 안겼다. 결국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마음이 많이 복잡했다. 우승도 부담스럽고, 반대의 경우 좌절감도 생각났다. 개인적으로는 경기가 끝난 뒤 차라리 홀가분해졌다.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뚜렷한 목표가 남았기에 강하게 싸우며 이겨내더라.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자는 마음이 한데 뭉쳤다.”


-만약 K리그를 우승했다면 챔피언스리그 정상이 가능했을까.

“확신은 못 해도 아마 가능했을 것 같다. 전혀 다른 목표가 아닌가. 아마 만족감을 느낄 틈 없이 곧바로 긴장모드였으리라 본다. 귀국하면서 반문해봤다. ‘앞으로 K리그 팀이 아시아 호랑이로 계속 남을 수 있을까’라고. 숙제가 생겼다. 우리가 올해 우승했지만, 향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가야할지 생각하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의 오퍼도 많았다.

“맞다. 꽤 러브콜이 많았다. 상상이상의 조건을 제시한 팀도 있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의 생각과 달리 떠난다는 생각은 1%도 하지 않았다. 중도에 떠나는 것은 날 모르고 하는 소리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야 했다. 내 역할이자 의무였다. 슬며시 계약을 하고, 진로를 미리 결정해놓고 어찌 선수들의 눈을 볼 수 있겠나. 어떻게 최선과 희생을 요구하나. 이곳에서 벌써 11년 반을 보냈다. 전북과 난 가족이다. 가족은 가식적이지 않다. 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상황도 아니다. 구단과 감독 그 이상의 의미다. 지금 이 순간이 많이 행복하다. 지금 이 인터뷰가 팬들에게 내 진심을 전하고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한다.”

전북 최강희 감독.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최강희 감독


▲생년월일=1959년 4월 12일

▲출신교=우신고

▲프로선수 경력=포항제철(1983년), 울산현대(1984~1992년)

▲지도자 경력=수원삼성 트레이너(1995~1997년) 및 코치(1998~2001년), 2002부산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2002년), 국가대표팀 코치(2003~2004년), 전북현대 감독(2005년 7월~2011년 12월), 국가대표팀 감독(2011년 12월~2013년 6월), 전북현대 감독(2013년 6월~현재)

▲수상 경력=K리그 감독상(2009·2011·2014·2015년)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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