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GS칼텍스 이선구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여자프로배구의 남자감독들은 금성에 홀로 착륙한 화성인에 해당된다. 현재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을 제외한 5팀 감독이 남성이다. 30일 장충체육관에서 GS칼텍스 이선구 감독,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마치 짠 것처럼 여심(女心)을 잡아야 사는 남자감독의 고충(?)을 슬며시 내비쳤다. V리그 우승 경험을 갖춘 두 감독의 말이라 경청할 가치는 더하다. 절대 오해하지 말아야할 점은 여자선수들이 유별나다는 얘기가 아니라, 여성의 일반적 성향을 알아야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요체다. 배구는 승리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단체 스포츠이기에 정서적 교류는 절대적이다.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왼쪽). 스포츠동아DB
● 밀당은 필수, 다만 상처받지 않도록
현대건설은 29일까지 3연패에 빠져있었다. 양 감독은 “일부러 훈련 때 선수들을 더 질책했다”고 말했다. 연패 중 감독이 할 수 있는 대책은 크게 3가지인데, 더 칭찬하기, 더 꾸짖기, 가만 내버려두기로 나뉜다. 감독은 상황에 따라 이것을 섞는데, 양 감독은 지금은 강공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매뉴얼은 없다. 양 감독은 “밀당”이라고 표현했다. 경험을 통해 지금은 선수들이 집중하도록 밀어야 될 때라고 본능적으로 느낀 셈이다. 연패보다 더 앓는 양 감독의 고민은 V리그 최고센터 양효진(27)의 몸 상태다. 어깨통증 탓에 훈련을 거의 못하고 있다. 양 감독은 내심 길게 보고 휴식을 줄 생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양효진의 경기출전 의지가 강하다. 걱정이 많이 되지만 에이스 선수가 헌신하겠다는데 막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양 감독은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며 하고 있다”고 걱정스레 말했다.

GS칼텍스 알렉사. 장충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외국인 여성선수는 더 섬세할 수 있다
GS칼텍스 이선구 감독도 외국인선수 알렉사의 몸 상태가 완벽치 않아 생각이 많다. 여성인데다 외국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생활을 해본 이 감독이라 되도록 알렉사에게는 져주려(?)고 한다. 산전수전 겪은 이 감독임에도 도로공사 ‘브라이언 사태’를 목격하며 조심할 일이 더 많아졌음을 실감한다. V리그에서 외국인선수는 그 비중만큼 좋은 대우를 받는다. 트라이아웃으로 바뀌었어도 그렇다. ‘브라이언 사태’ 이후 구단들은 물질적 혜택을 넘어 ‘심리 케어’까지 신경 써야 될 환경에 직면했다.
장충체육관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