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삼성 주장 염기훈(왼쪽)은 아프면서도 행복했던 한 시즌을 보냈다. 염기훈이 FA컵 MVP를 수상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상암|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염기훈은 결승 2차전을 마친 뒤 “다시 FA컵 우승을 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가 서울보다 좀더 간절해서 정상에 선 것 같다.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MVP는 생각도 못했다. 군 입대를 앞둔 (홍)철이가 받겠다고 선언을 한 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 깊은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염기훈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힘들었던 기억들이 너무 많이 났다. 그래서 더 울컥했다”며 “수원에 입단한 이후 팬들이 우리보다 상대에게 더 환호하는 것을 처음 봤다. 충격을 많이 받았다. 팬들에게 비난도 받아봤다.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우승의 순간, 그런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고 말했다.
수원이 올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부진한 성적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주장 염기훈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는 시즌 도중 팬들 앞에서 공개사과까지 해야 했다. 고질인 발목 부상도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다. 시즌 말미에 스스로 휴식을 결정한 뒤 잠시 축구를 내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살아났고, 클래식 스플릿 라운드에서 다시 힘을 냈다. 그는 시즌 막판 3경기에서 모두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그룹B(7~12위)로 밀려났던 수원도 무패행진 속에 7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었다. 염기훈은 지난달 27일 벌어진 FA컵 결승 1차전 홈경기에서도 1골·1도움으로 2-1 승리에 앞장섰다.
염기훈은 “하위 스플릿 첫 경기에서 포항과 2-2로 비긴 뒤 스스로 결단해 서정원 감독님께 ‘쉬겠다’고 말씀드렸다. 4일 정도 푹 쉬었는데 아팠던 발목의 통증이 사라졌다. 그 기간 체력보충도 잘 됐다. 그 덕에 이후 몸이 많이 좋아져 마지막에 웃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처럼 환하게 웃은 그는 “내년에는 팀과 함께 더 좋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상암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