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열어보니 뜨뜻미지근

입력 2016-12-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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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의 위험성을 고발한 영화 ‘판도라’. 관객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개봉 전 모았던 화제에 비할 바 못된다. 사진제공|CAC엔터테인먼트

현 시국과 맞물려 폭발적 관심 불구
무능한 정부 모습 재확인 피로감도

현실과 닮아서일까. 영화 ‘판도라’의 관객 반응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현 시국과 절묘하게 맞물리는 내용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지만 정작 이야기를 공개한 직후 폭발력은 약하다.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는 총 제작비 155억원을 쏟아 부은 재난영화다. 7일 개봉해 매일 1000개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했는데도 관객 동원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첫 주말인 9일부터 11일까지 100만여명을 모았을 뿐이다.

‘판도라’는 촬영을 마치고 1년 넘도록 개봉이 지연됐고 그 배경으로 ‘영화가 담은 현실 비판적 메시지’가 지목받았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외압’ 의혹을 제기했고, 덕분에 영화를 향한 관심은 한껏 치솟았다.

하지만 영화 개봉 이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관객수가 증거다. ‘판도라’는 100억원대 제작 규모나 재난영화라는 사실에서 올해 개봉한 ‘부산행’, ‘터널’과 비교되고 있다. 하지만 초반 성적만 비교하면 ‘판도라’는 앞선 두 편의 재난영화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7월20일 개봉한 ‘부산행’은 첫 주말 321만 관객에 성공했고, 8월10일 공개한 ‘터널’도 182만명을 모았다. ‘판도라’와 비교해 약 2∼3배 높다.

최근 극장 관객수가 줄어든 상황이 악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있지만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부산행’과 ‘터널’은 같은 시기 상영했고, 또 다른 대작들과도 치열한 흥행 경쟁을 벌이면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사전 관심이 높았던 만큼 ‘판도라’를 확인한 관객들은 SNS와 포털사이트 영화 게시판 등을 활용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 시국을 먼저 내다본 듯한 ‘싱크로율’에는 놀라워하면서도, 뉴스로 접하는 무능한 정부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재확인해야 하는 데 따르는 피로감을 지적하는 평이 자주 눈에 띈다. 또 영화 속 희망의 메시지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 누리꾼은 ‘판도라’ 게시판에 “현실을 허구로 만드는 신파극”이라고 썼다.

‘판도라’가 제작비를 회수하는 손익분기점은 450만명이다. 개봉을 앞둔 김윤석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이병헌·강동원의 ‘마스터’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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