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진 세계의 벽…월드클래스 넘보는 전북

입력 2016-12-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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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전북, 클럽월드컵에서 얻은 것

클럽 아메리카 상대 대등한 경기
10년 전보다 발전…자신감 수확


‘아시아 챔피언’ 전북현대는 10년 만에 다시 도전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을 5위로 마쳤다. 2006년 대회와 똑같은 성적이다. 북중미 대표인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 6강전에선 아쉽게 1-2로 역전패했지만, 아프리카 대표인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와의 상금 150만달러(약 17억5000만원)짜리 순위결정전에선 4-1로 이겨 자존심을 지켰다.

“우리는 그 때(2006년)보다 훨씬 많이 발전했다”는 최강희(57) 감독의 말처럼 전북은 국제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입증했다. 무엇보다 경기력이 우수했다. 2006년에도 클럽 아메리카를 만나 0-1로 졌지만, 그 때와 올해의 경기 내용은 크게 달랐다. 당시 볼 점유율이 3대7에 달했을 정도로 전북은 숨 한 번 못 쉬고 속절없이 당했다.

올해 일본 오사카에서 마주친 클럽 아메리카는 그 때처럼 강했다. 그래도 붙어볼 만했다. 특히 전반에는 전북이 확실히 흐름을 주도했다. 물러서지 않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다. 더욱이 클럽 아메리카에는 외국인선수 제한이 없다. 멕시코 클럽이 아닌 남미연합팀이다. 대회 엔트리 23명 가운데 11명만 멕시코 국적이다. 또 11명 중 3명이 골키퍼라, 필드 플레이어는 8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2명은 파라과이,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브라질, 미국 태생이다. 반면 로페즈(26)가 부상으로 이탈한 전북은 외국인선수 2명만을 기용할 수 있었다.

녹색전사들은 한결같이 “이길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현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4년 전의 기억을 되새긴 김신욱(28)은 “내가 성장한 건지, 멕시코의 수준이 떨어진 건지 몰라도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했다”고 자신했다. 이재성(24)도 “잘 싸웠다. 끝까지 집중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6강전에서 일본 J리그 우승팀 가시마 앤틀러스를 몰아쳤음에도 골 운이 따르지 않아 0-2로 패했던 마멜로디는 전북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세계 클럽 공식랭킹 5위의 전북은 자신들의 방향이 옳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매특허인 ‘닥공(닥치고 공격)’을 마음껏 펼칠 수는 없었지만, 세계와의 격차가 좁혀졌음을 체감했다. 최 감독은 “우리의 지금을 알고 싶었고, 긍정적 결실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아시아, 특히 K리그 팀도 철저한 준비와 자세가 갖춰져 있다면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세계의 벽이 하염없이 높지만은 않음을 확인했으니, 전북은 이번 클럽월드컵에서 많은 것을 수확한 셈이다.

오사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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